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포장·배달 전문 아귀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기원 씨(가명ㆍ38)는 치솟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만 생각하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배달 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중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배민은 지난달 9일부터 업주들이 부담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를 판매가의 9.8%로 기존 대비 3%포인트 인상했다. 업계 2위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9.8%와 동일하다. 기존에 같은 수수료를 받아온 업계 3위 요기요는 최근 수수료를 9.7%로 소폭 낮췄다.
이 씨 가게의 전체 매출 중 배달 주문 비율은 약 80%다. 배달 플랫폼 3사를 모두 이용 중인데,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씨에 따르면 4만 원짜리 음식을 판매할 경우, 부가세를 합친 중개수수료 10.8% 중 결제 수수료 약 3.3%를 A 배달 플랫폼에 내야 한다. 여기에 배달비 3000원이 추가로 든다. 4만 원어치를 팔면 약 8640원을 떼이는 셈이다. 선택 사항이지만, 이 씨는 광고비 명목의 추가 비용도 내고 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에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제외하면 그가 손에 쥐는 금액은 판매가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씨는 “인건비와 식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배달플랫폼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음식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떠나갈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이승환(가명·37) 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 씨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수수료율로 부담에 큰데 최근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기름을 붓고 있다”며 “저가 피자 프랜차이즈라 가뜩이나 마진율이 낮은데, 배달 수수료까지 계속 올라 장사하기가 더욱 팍팍해졌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에서 돈까스 가게 사장인 김현수(가명·43) 씨는 최근 배달 플랫폼 계약을 끊었다. 늘어나는 수수료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김 씨는 “배달 주문은 덜 받더라도 직장인이 많이 찾는 오피스 상권이라 홀 손님에게 집중해 가게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중국식당을 운영 중인 김태민(가명·37)씨는 ‘차등 가격제’를 통해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공시 가격을 매장 판매가보다 올려받는 방식이다. 김 씨의 식당에서 짜장면과 짬뽕의 가격은 각각 7000원, 1만 원이다. 하지만 배달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2000원씩 더 받는다. 요리 메뉴는 최대 5000원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배달 비용 역시 손님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들과 배달 노동자(라이더)들은 앞다퉈 배달 플랫폼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플랫폼 자율규제 규탄’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