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늘어난 수신잔액 기반
중ㆍ저신용자 대출 늘릴지 관심
저축은행이 예금금리 인상, 신상품 출시를 통해 수신 잔고 채우기에 나섰다. 늘어난 수신잔액을 기반으로 하반기 중ㆍ저신용자 대상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전날 정기예금과 회전정기예금(12개월) 금리를 0.3%포인트(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점에서 가입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기존 연 3.4%에서 연 3.7%로, 회전정기예금은 연 3.5%에서 연 3.8%로 상향됐다. 인터넷 뱅킹 또는 사이다 뱅크 등 비대면 가입 시 금리는 각각 연 3.8%, 연 3.9%까지 높아졌다.
앞서 이달 7일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는 입출금통장(파킹통장) 금리를 연 3.2%로 0.3%p 인상한 이후 두 번째 인상이다.
수신금리를 높인 건 SBI저축은행뿐만이 아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뱅뱅뱅 회전정기예금, 비대면 회전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지난달 20일 연 3.86%에서 같은 달 29일 연 3.91%로 0.05%p 올렸다. BNK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같은 기간 연 3.80%에서 연 3.90%로 0.10%p 상향 조정했다.
신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달 12일 애큐온저축은행은 100일간 매일 돈을 넣으면 최고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나날이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달 최고 연 10% 금리를 적용하는 웰컴 디지로카 100일 적금과 연 6.5%를 적용하는 웰컴페이적금을 연이어 출시했다. IBK저축은행도 지난달 최고 연 0.4%p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이어드림 회전정기예금’ 판매를 시작했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낮아지자 저축은행이 은행에서 이탈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연 3.35~3.80%다. 이들 은행이 7월 취급한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3.34~3.48% 수준이다.
저축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은 하반기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신을 주된 자금조달 수단으로 두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대출을 활발히 내주기 위해서는 수신잔액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0조8861억 원으로, 2021년 11월(98조6843억 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저축은행 수신금리 인상이 수신잔액 증가에 이어 중금리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대출 잔액 증가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실행되는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기준 2조8120억 원(21만8046건)으로, 1분기 2조1281억 원(14만9243건)보다 32.1%가량 늘었다.
그러나 과거 저축은행 수신잔액이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은 뒷걸음질 친 적도 있다. 2022년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107조8595억 원에서 같은 해 12월 말 120조2384억 원으로 11.5%가량 증가했지만, 2022년 4분기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은 1조6911억 원으로 같은 해 1분기 2조8803억 원보다 41.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