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문제인가 싶어 물었더니 제품 외부에 노출되는 결합 나사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끼워 넣는 방식인데, 조립에는 편하지만 분리할 때는 어지간히 힘든 일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잘 빠지지 않는 부품 주변을 파손해서 강제로 분리했다는 것이다.
수리를 마쳤다고 해서 보니 뚜껑과 뚜껑 케이스가 미세하게 단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상인지 물었더니 힘이 더 들어갈 뿐 사용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석연치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써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 뚜껑이 열리지 않는 고장이 발생했다. 다시 AS 신청을 하니 이번엔 뚜껑 관련 부품 전체를 교체해주겠다고 한다.
비단 이런 일 말고도 사후서비스(AS)를 받으면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은 너무 많다. 기업이 제품을 팔기에만 급급하고, AS에서는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이 AS에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주게 되면 일부 소비자는 차라리 AS를 포기하고 싼 제품을 찾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전자제품 해외 직구 소비자 불만 유형 중 28.4%가 ‘제품하자·품질 및 AS’로 지적됐다. 바꿔 말하면 AS에서 좋은 경험을 주게 되면 해외직구 소비자 10명 중 3명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투표 홈페이지 엠보팅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꺼리게 되는 이유 중 절반 이상(51.26%)이 ‘제품이 신뢰가 가지 않음’을 선택했고, 23.53%가 ‘브랜드 파워가 없음’을 꼽았다. 수치화할 수 있는 ‘성능’이 아닌 정성적 지표인 ‘신뢰’와 ‘브랜드 파워’는 성장하는 기업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용자들의 AS 경험 개선이 신뢰도와 브랜드 파워를 개선하는 길이라는 것을 기업 경영진과 제품 설계 직원, AS 직원들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