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산업,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집중하는 이유

입력 2023-12-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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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보다 적은 비용으로 연비규제 충족
전기차 증가세 주춤…HEV 판매 급증
도요타 회장 “현실을 보기 시작한 것”

▲북미시장에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증가세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의 점유율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내년 북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기아 미니밴 카니발. 역사상 처음으로 가솔린 HE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사진제공=기아)
▲북미시장에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증가세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의 점유율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내년 북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기아 미니밴 카니발. 역사상 처음으로 가솔린 HE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사진제공=기아)

미국 시장 순수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예상치를 밑도는 가운데 현지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다시 하이브리드(HEV)로 옮겨가고 있다.

HEV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기차보다 적은 개발비용을 투입해도 정부가 제시한 연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8일 CNBC는 자동차권위지 에드먼드닷컴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HEV와 HEV 트럭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판매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반복해 왔다. 정부가 정한 연비 총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반면 HEV의 경우 제조사 입장에서 적은 개발비용으로도 연비 규제를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2022년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2% 수준으로 HEV의 점유율(5.5%)을 0.3%P 차이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올해 11월 누적 기준, 전기차와 HEV의 점유율 격차는 2.8%P까지 벌어졌다.  (자료=에드먼드닷컴)
▲2022년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2% 수준으로 HEV의 점유율(5.5%)을 0.3%P 차이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올해 11월 누적 기준, 전기차와 HEV의 점유율 격차는 2.8%P까지 벌어졌다. (자료=에드먼드닷컴)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2023년(11월 누적 기준)에는 HEV 판매가 전기차 판매를 앞질렀다. 2022년은 전기차 시장 점유율(5.2%)이 HEV 점유율(5.5%)을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6.9%)이 전년 대비 1.7% 포인트(p) 증가하는 사이 HEV 점유율(8.3%)은 2.8%p 급증하면서 전기차의 추격을 크게 따돌렸다. HEV의 시장 점유율 8.3%는 약 120만 대 판매를 의미한다.

에드먼드닷컴의 인사이트 담당 책임자 '제시카 칼드웰'은 CNBC를 통해 "HEV는 여전히 건재하다. 모두가 전기차에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소비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차 가격도 전기차 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미국 시장 HEV 평균가격은 4만2381달러(약 5600만 원)다. 이는 전기차 평균 가격 5만9400달러(약 7800만 원)의 71% 수준이다.

에릭 왓슨(Eric Watson) 기아 북미법인 부사장은 "전기차 전환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라면서 "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단기 및 중기 전략에서 전기차처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빅3도 전기차와 함께 HEV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포드는 2024년 9월에 V6 엔진을 기반으로 한 HEV를 2배 더 팔 계획이다. 올해 11월까지 HE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12만1000대 수준이다. HEV가 23% 증가하는 사이, 전기차 판매는 16% 수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스탤란티스 역시 전기차 시대 이전까지 PHEV에 집중한다.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SUV를 필두로 PHEV 판매를 확대한다.

다만 GM은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기차 시대로 직행하겠다는 전략이다.

GM CEO 메리 바라(Mary Barra)는 지난 4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2035년까지 모든 소형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연방 정부가 제시한 자동차 연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스탤란티스 산하 지프(Jeeo) 브랜드는 전기차 대신 PHEV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하며 연방정부의 연비 총량규제를 맞추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GM과 스탤란티스는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사진제공=지프 코리아)
▲스탤란티스 산하 지프(Jeeo) 브랜드는 전기차 대신 PHEV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하며 연방정부의 연비 총량규제를 맞추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GM과 스탤란티스는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사진제공=지프 코리아)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의 발표에 따르면 GM과 스텔란티스는 지난 몇 년 사이 연방정부의 자동차 연비 (총량)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총 3억6380만 달러(약 4800억 원)의 벌금을 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렸으나, HEV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주요 제조사가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던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톱 제조사로 자리를 지킨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 대신 HEV에 집중했다.

지난 10월 일본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라며 HEV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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