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다중채무 '뇌관' 째각… 제2저축은행 사태 오나

입력 2022-11-08 18:00 수정 2022-11-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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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소형 저축은행 정리 가능성
1위 SBI저축은행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백지화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79개 저축은행 중 지방 중소형 업체 일부가 정리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소규모 지방 저축은행의 구조 조정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의 연체율 지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 중앙회는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으로 출혈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메시지다.

대형 저축은행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전면 백지화했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인력 충원 같은 대규모 투자부터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업권 상황을 보면,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년 만에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의 연체율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급격히 늘면서 금리 인상기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쳤다.

최근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상반기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여 한도 준수 및 자산건전성 분류 현황' 통계 결과 일부 저축은행에서 부동산업·건설업·부동산 PF 등 각 업종의 연체율이 10∼20%대로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에서 영업 중인 A 저축은행은 부동산업 관련 대출의 연체율(대출 잔액 중 1개월 이상 미상환된 잔여 원금 비중)이 29%에 달했다.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서는 서울의 한 저축은행 연체율이 1년 만에 8%대에서 14%대로 뛰었다.

금융당국은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의 연체율 증가가 전체 업권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린 저축은행들이 2011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잇달아 파산했던,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각종 규제가 만들어진 영향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사업자금의 2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우량 차주(시행사)에만 PF 대출을 내줄 수 있게 돼 있다. 또 부동산 PF 대출을 신용공여한도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한도 규제도 받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리스크 뿐만 아니라 다중채무자(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진선미 의원실이 금감원에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이들의 전체 채무액은 598조3345억 원에 달한다.

다중채무자는 2금융권 중에서도 저축은행을 주로 찾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전체의 75.3%에 달한다. 이어 캐피탈 59.6%, 카드 54.5%, 상호금융 35.3% 순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현재 저축은행의 문제는 부동산 PF 부실과 다중채무 등 채권시장과 가계부채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이라며 “양쪽에서 한꺼번에 어려워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PF 문제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핵심인데 저축은행이 수신기능을 통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 리스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흡수되면서 시중에 돈이 부족해진 영향”이라며 “체력이 약한 일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 대해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급속히 상황이 전이돼 금융권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리스크 차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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