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코인 폭락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죽음의 소용돌이’

입력 2022-05-12 14:34 수정 2022-05-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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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일주일 새 26% 급락…루나는 98% 폭락
금융시장 불확실성, 스테이블 코인에 충격파
비트코인, 3만 달러 이어 2만8000달러 선도 붕괴
미국 의회도 우려 표명하며 감독 강화 촉구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테라USD(UST·이하 테라)와 자매 코인인 루나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미국 금융시장 불확실성 여파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테라 가격이 1달러를 하회하는 ‘디페깅’ 현상 후폭풍이 일어난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가격이 이날 한때 26센트까지 폭락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70센트선까지 올랐지만 1달러를 회복하지 못했다. 테라 가격은 하루 새 8%, 일주일간 26%가량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18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약 6조4500억 원)로 쪼그라들었다.

테라의 자매 코인인 루나는 1.06달러까지 추락했으며 한때 1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지난달 116달러까지 치솟았던 루나 가격은 일주일 새 98% 폭락했다.

테라와 루나 가격 급락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된 코인이다. 변동성이 큰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가격을 달러에 연동시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인 대표가 세운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는 기존 스테이블 코인에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대신 루나와의 교환을 통해 그 가치를 떠받치도록 한 것이다. 루나는 테라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된 가상화폐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가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도록 설계됐다. 테라 가격 하락 시 유통량을 줄임으로써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자자는 해당 거래로 최대 20%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가상자산으로 주목받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테라는 존재감을 뽐내왔다. 시총 기준 한때 스테이블 코인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행보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날개 없이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증시, 채권에 이어 가상자산까지 급락하면서 테라가 달러와 가치 연동이 깨지는 ‘디페깅’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루나도 급락했고 이게 또다시 테라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테라와 루나 가격의 극적인 하락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 거래는 투자자들의 신뢰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mgnr는 “알고리즘의 안전성은 일종의 신뢰 게임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끝난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충격파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3만 달러 선이 무너졌는데 이날은 테라와 루나 가격 폭락 여파로 2만8000달러 선마저 붕괴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1월 최고치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이날 20% 이상 급락하며 1800달러 선으로 후퇴했다.

미국 의회도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폭락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이번 사태는 전반적인 가상자산에 대한 의문을 다시 상기시킨다”며 “이 산업 전반에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관련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당국의 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간사인 팻 투미 상원의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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