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계속 팔아치우는 ‘셀 코리아’(sell Korea)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30조7269억 원어치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휘청거렸던 작년 한해 동안의 순매도(24조7128억 원) 규모를 이미 훨씬 넘었다. 외국인은 8월 들어 20일까지만 6조4900억 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7일 사상 최고점인 3252.12(종가 기준)를 찍었던 코스피지수가 20일 3060.51로 추락하면서 3000선도 위협받고 있다. 8월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 20개국(G20) 증시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매도는 추세적이다. 작년의 경우 7월과 11월을 빼고 계속 주식을 내다 팔았다. 올해도 4월만 제외하고 계속 마이너스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지분율도 쪼그라들었다. 35% 수준을 유지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32% 안팎으로 내려왔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해외 투자자들의 평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시장이 불안하면 주식을 내다팔아 투자자본을 회수하면서 지분율이 내려간다. 최근 증시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통한 빠른 긴축을 예고한 데 이어,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의 추가 침체 우려, 중국의 기업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이 한꺼번에 덮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런 변수들이 신흥국에 모두 작용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자본시장이 유독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 변동성이 과거 최악이었던 북한 핵 리스크가 부각됐을 때보다 더 심하다고 진단한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로 원화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1179.6원으로 작년 9월 14일(1183.5원) 이후 최고치였다. 올해 초(1월 4일) 1082.5원에 비해서도 9%나 올랐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고, 이에 따른 원화 약세가 다시 외국인들의 증시 매도를 부추긴다.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동향은 세계 경기 움직임에 선행하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증시 하락은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의 외국인 대량 매도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경기 하락이 세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꺾이는 비관론으로 번지면서 한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가속하는 현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투자자들의 불안과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 악순환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