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내뱉은 독설은 어머니의 가슴 한 켠이 찢기듯 날카로웠다.” “사무실 한켠에 먼지 쌓인 액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한 켠’ ‘한켠’. 문학 작품이나 일상 대화 속에서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 ‘켠’을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켠은 ‘비탈(산, 언덕 등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 혹은 그렇게 기울어진 곳)’을 의미하는 평안북도 지역의 방언일 뿐, 표준어가 아니다.
방향을 가리킬 때 이르는 말은 ‘편(便)’이다. 서로 갈라지거나 맞서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편이나 방향을 말할 때는 ‘한 켠’이 아니라, ‘한편’이 맞다. 이때 한편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첫머리에서 쓰인 ‘한 켠’ ‘한켠’은 ‘한편’으로 고쳐야 맞다.
그런데 ‘켠’이라는 표현이 일상에서 표준어처럼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중이 ‘켠’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켠’이라는 발음에서 오는 말맛 때문일 수도 있다. ‘가슴 한편이 시리다’보다 ‘가슴 한켠이 시리다’의 어감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명사 ‘한편’은 “이제 한편이 된 거야”처럼 같은 편을 뜻한다. 또 “그의 칭찬에 한편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 부담스럽기도 해”와 같이 어떤 일의 한 측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과 의미가 같은 단어가 있다. ‘한쪽’이다. 우리말 ‘한쪽’은 무엇을 둘 이상의 패로 가르거나 방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어느 특정한 하나의 편이나 방향을 의미한다. “그는 강당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언중이 한편을 한켠으로 오용하는 것처럼 뒤편을 ‘뒤켠’ ‘뒷켠’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잦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켠이 표준어가 아니므로 뒤로 있는 쪽을 뜻할 때는 ‘뒤편’이라고 써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