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3) 씨 사건의 재판부가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특정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검찰이 '방어권 남용'이라는 새로운 논리로 범죄 성립을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와 상반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씨의 공판에서 "조 씨는 방어권을 남용하고 일탈한 교사범으로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인들이 서류를 파쇄할 때 조 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증거인멸의 공범으로 봐야 하는지 의견을 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주거지에 보관하던 허위소송, 아파트 명의신탁 관련 자료 등을 지인들을 통해 사무실로 옮기고 이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기소됐다.
증거인멸죄를 규정한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 씨가 지인들을 시켜 은닉한 자료는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공동정범이 되면 죄를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조 씨 측은 증거를 인멸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교사범'과 '공동정범'에 대한 의견을 요구함에 따라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검찰은 "교사범은 처벌되고, 공동정범은 처벌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다 보면 이해가 어렵고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처벌 여부는 방어권이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 씨와 B 씨는 피고인(조 씨)이 아니면 증거인멸 범행을 할 동기가 없고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없었다"면서 "이 범행으로 이득을 볼 게 없는 사람들인데 (조 씨가) 증거인멸 범행을 저지르게 한 핵심 요인이자 새로운 위법 행위자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후배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피고인이 죄를 저지르게 해서 방어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는데 범인도피죄 관련 판결을 보면 새로운 국가 사법권의 행사를 침해할 경우 방어권이 남용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봐도 피고인이 자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제3자와 공동하는 경우 당연히 처벌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에 따라서 조 씨도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없고, 공동정범이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다음 달 31일 열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4월 22일 조 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4700만 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