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부진과 사모 펀드 사태 등으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사라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원본액은 지난 24일 기준 146조3223억 원으로 연초 이후 38.24%(40조4744억 원) 늘었다. 이달 초 129조6033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12.90%로 큰 수준이다.
MMF 설정액은 연초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설정액은 1월 6일 120조 원대로 올라선 이후 한 달 만에 140조4062억 원을 찍으며 140조 원대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149조34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법인 자금이 MMF에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일인 24일까지 MMF에 몰린 법인 자금은 39조5481억 원으로 연초 대비 총 47.13%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자금도 같은 기간 4.22%(9263억 원) 늘어난 22조857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MMF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자금을 단기 예치하는 용도료 쓰인다. 기업어음(CP) 등 만기 1년 내외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데다 언제든지 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전까지 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MMF 자금은 대부분 연초ㆍ월초에 자금이 유입되고 연말ㆍ월말에 자금이 유출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자금 확보 이후 사용처를 확정하기 전까지 잠시 보관했다 환매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해 자금 유입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몸집을 급격히 불린 만큼 당분간 설정액 규모는 크게 줄어들기 힘들 전망이다. 실제 MMF에서는 최근 며칠 새 2조7000억 원 가량이 유출됐지만 잔액은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입세를 투자할 곳이 없는 돈이 몰린 결과로 해석한다. 사모 펀드에서 연일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방향을 잃었단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설정액 증가는 국고 자금과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의 자금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사모 펀드 관련 이슈 등으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연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이 불거지면서 단기 유동성 자금으로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황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MMF는 위기 상황에 돈을 넣어둘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데, 이곳에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 자금이 많이 몰린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동자금이 넘치는 만큼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자본시장에 이를 끌어올 만한 유인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