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르무즈 ‘독자 파병’ 결정…청해부대 활동반경 넓힌다

입력 2020-01-21 14:58 수정 2020-01-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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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선박 안전 최우선’ 강조…미국‧이란 관계 고려한 ‘절충안’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이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하는 모습. (사진=해군 작전사령부)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이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하는 모습. (사진=해군 작전사령부)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한국군의 독자 활동’으로 매듭지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파병은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중동 지역에 긴장 상황이 조성되면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독자 파병안과 IMSC 참여안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됐지만 국민과 선박 안전, 원유수급 문제 등을 고려해 이번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파병 결정의 배경이 무엇보다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인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은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동맹국에 공동방위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국방부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결정 과정의 가장 큰 고민은 ‘파병 방식’이었다. 미국과 이란 양국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이란이 통제하고 있는 해역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이란과의 외교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중동 지역에 있는 2만5000명 교민이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렇다고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거부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커다란 ‘딜레마’였다.

정부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독자 파병’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외교적 상황을 두루 고려해 내린 결론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는 동맹국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는 동시에 이란에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에 이번 결정을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환영의 뜻과 함께 한국이 독자 파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란 역시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 결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일각에서는 한‧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파병 요구에 부응한 만큼 다른 외교적 사안에 대한 미국 측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사례를 봐도 2003년 참여정부 당시에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뒤로 미국이 6자회담 구상에 적극 협조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파병과 다른 사안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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