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했다 돌아온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이번 사장단 회의는 16일 식품BU를 시작으로 유통BU, 화학BU, 호텔·서비스BU 순으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4개 BU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통합 회의가 마련된다.
신동빈 회장은 VCM을 앞두고 열흘 이상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 금융권과 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의에 롯데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통인 신 회장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얽힌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VCM을 통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는 반도체 등 수출 규제 대상 품목과는 무관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날이 갈수록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커지는 것은 부담이다. 롯데는 유니클로,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에 출자한 만큼 불매운동이 장기화될수록 기업이미지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실적둔화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VCM에서도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계열사 사장단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VCM에 앞서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신 회장은 경직된 한일관계에 대한 부담을 안고 회의를 주재하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회장은 일본 출장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엄숙한 표정으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회의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서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신 회장의 발언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 회장이 주재한 닷새간의 회의 결과는 회의가 모두 마무리된 후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았다면 매각이 결정된 금융부문과 호텔롯데 상장 등이 주요 화두가 됐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두는 의제가 무엇이 될 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롯데는 신 회장이 소통을 기반으로 한 투명성 강화를 대국민담화에서 약속한 후 지난해부터 기존 사장단회의를 상호 소통하고 논의하는 방식의 ‘VCM’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해왔다. 올해 마지막 날인 20일에 통합 세션을 마련한 것은 사업군별로 논의된 내용을 그룹 전반에 공유해야 한다는 신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