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개인적 일탈을 넘어 각종 의혹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불법·편법적 행위에 대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등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태가 그룹 리스크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악화된 여론도 문제다. 대한항공 국적기 자격박탈과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매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4년 만에 겨우 순이익 흑자전환에 나섰던 대한항공이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현민 전무, 피의자 전환…국토부, 외국인 신분 등기이사 위법성 검토= 경찰은 1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정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을 청취한 결과, 조 전무가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음료를 뿌렸다는 진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조 전무가 유리컵을 던지는 행동을 했는지 확인하려면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유리잔을 던졌는지, 책상 위에서 밀쳤는지를 놓고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 전무의 변호를 맡은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도 “당시 현장에 14명의 임직원이 있었는데 이들이 이번 사건의 사실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수사 진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물컵을 던지지 않았다는 조 전무의 기본 입장은 변함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뿐만 아니다. 국토부도 조 전무가 미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2010∼2016년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의 등기임원을 지냈다는 의혹에 대해 위법성 검토에 나섰다.
국토부 측은 “여러 법률 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법적·행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해 문제가 있을시 철저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청도 최근 ’물벼락 갑질‘ 논란과 관련해 폭로된 조 전무 일가의 관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조 전무 가족이 외국에서 사치품을 산 뒤 대한항공 지점을 통해 국내 반입하면서 관세를 포탈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공정위도 대한항공을 주시하고 있다. 고객의 마일리지로 한진그룹의 계열사, 특히 오너일가의 자녀들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한진그룹, 투자자들 ’외면‘…유동성 악화 우려도=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항공의 신뢰도 추락이다. 외신에서 이번 사건을 관심 있게 보도하면서 국제적 이슈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나라 망신이라며, 대한항공을 한진항공으로 명칭을 바꾸고, 영문표기에서 Korean을 삭제하고, 대한항공에서 태극마크 제거해야 한다 는 청원을 올렸다.
회사의 금전적 피해도 크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이번 사태로 4000억 원이 넘는 시총이 증발했다. 지금은 주가가 빠지는 정도지만 불매 운동이 확산될 경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심각할 경우 대한항공의 재무상황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항공은 매년 2조 원 이상의 영업현금흐름을 내고 있지만 실상 14조 원에 달하는 과도한 차입금을 보유한 회사다. 때문에 대한항공은 매해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당장 자금을 조달하는데 문제는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 조달 자금 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당장 대한항공의 신용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재벌가의 비정상적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로 번질 경우 지배구조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