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소상공인이 다수 진출한 특정 품목에 대기업 진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중소벤처기업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 국회는 이날 공청회를 바탕으로 4월 임시국회에서 법제화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들은 올해 6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79개 중 청국장과 전통 떡 등 47개 품목의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법제화를 서두르되, 법적 강제력도 부여된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을 지정해왔지만 민간 자율 합의에 의존해 법적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적합업종 지정 대상 범위와 통상 규범 위반 가능성이 쟁점화되며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민생 법안으로 적합업종 특별법안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4월 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형 유통기업들이 외국계 식음료 업체들과 손잡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적합업종 지정이 통상 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은 대기업 논리일 뿐”이라면서 “2개 법안 중 어느 안이든 조속한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전문가 진술인 4명 중 3명은 이행강제금을 포함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져 법제화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본부장은 “현행 적합업종 중 일부 업종의 합의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해제 업종·품목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도 “2006년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벌그룹 계열사 477개가 증가했다”며 “이때 대기업들이 진출한 분야는 전통적으로 소규모 영세 소상공인들이 영위해온 음식료, 제과, 도소매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사업 분야”라고 설명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권을 침해하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이번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건의했다. 양 교수는 “일반적으로 생계형 업종의 시장은 ‘독점적 경쟁 시장’으로 수많은 이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시장”이라며 “특히 낮은 비용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면 일시적 경영 개선이 있더라도 소규모 사업자의 진입으로 진입 규제의 혜택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생계형 업종은 경쟁과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영업의 지속을 통해 특정 계층의 생존권 보호라는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현행 적합업종제도에 통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지금까지 시행 현황을 보면 과장이 아니라 허위에 가깝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