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을 제외한 국내 엔진제조사들의 주인이 모두 사모펀드로 바뀌었다. 전방산업의 더딘 회복으로 수요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구조 재편에 실패한 엔진회사들이 각각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IB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의 매각을 주관하는 삼정KPMG는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글로벌세아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 사모펀드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이 970억 원을 들여 STX중공업의 엔진기자재 사업부문을 인수할 예정이다. 의류 OEM(주문자위탁생산)기업인 글로벌세아는 플랜트부문만 160억 원에 인수한다.
지난해 9월 STX엔진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인수가 확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엔진은 13일 사모펀드(PEF) 연합체인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으로 지분이 매각됐다.
가장 처음 매각 포문을 연 STX엔진 입찰 당시에는 10여 곳 이상 업체가 매각자 측에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대형 PEF인 한앤컴퍼니는 본입찰 막판까지 STX엔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TX엔진에 이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점쳐졌던 두산엔진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 재편을 통한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유암코가 STX엔진을 인수한 후 이어진 두산엔진과 STX중공업 매각에는 인수의향자가 몇 군데 등장하지 않는 등 매각이 힘을 잃었다.
국내 엔진산업은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두산엔진, STX엔진, STX중공업이 경쟁하는 체제다. 이 중 자체 브랜드인 ‘힘센’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덴마크 MAN사와 스위스 WinGD 등 외국 라이선스를 빌려 엔진을 제조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과거 전성기 시절 물량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엔진 수요도 한정적”이라며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업체 중 최소한 두 곳이 합쳐져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STX엔진 인수에 실패하자 두산엔진 매각에는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STX엔진과 두산엔진을 동시에 인수해 합병하는 방식으로 산업군을 재편하지 않으면 기업가치 제고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중공업까지 세 회사 모두 같은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어 수출로도 경쟁력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각 회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사이즈를 줄여 영업한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해 저가수주식 피 흘리기가 생길 수 있다”며 “수년 내 회사 간 통·폐합이나 전략적투자자(SI)로의 인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