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최종 2인에 포함된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가 일각의 정부 뒷배경 의혹에 대해 “상상에 불과한 말이며 이번 차기행장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하마평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라 최종면접 대상에 오른 것이 뜻밖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8일 최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행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적극적인 의지와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6일 최병길 대표와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을 최종 면접 후보로 선정했다. 손 부문장은 이광구 행장의 업무를 위임받으면서 일찌감치 차기 행장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손 부문장은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데다 계파색이 엷어 상업은행, 한일은행 양쪽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최 대표는 2004년 중소기업고객본부장(부행장)을 끝으로 우리은행을 나와, 참여정부 각종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혁신관리전문위원(2004~2005년), 행정자치부 정부혁신평가위원(2004년), 기획예산처 혁신 자문위원(2005년), 행정자치부 혁신관리위원회 위원(2005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2006년) 등이다. 이에 참여정부 시절의 정치적 끈이 최종 후보 선정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었다.
최 대표는 상대적으로 고령인 점과 은행 업무를 떠난 지 오래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들에도 불구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사진들이 점검할 것”이라며 “면접 과정에서 우리은행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53년생인 최 대표는 64세로 손 부문장보다 6살이 많다. 2004년 우리은행을 은퇴한 뒤 정부 자문위원회, 보험사(금호생명 대표), 비금융권(삼표시멘트 대표) 등 은행과 무관한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노조는 이런 점을 들어 최 대표에 사실상 반기를 들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최 후보는 내부 출신이라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은퇴한 지 10년 이상된 분”이라며 “본인이 현명한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손 부문장은 한일은행, 최 대표는 상업은행 출신이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도 “노무현 정부 때 여러 활동을 했던 분이고 고령인 데다 시멘트 회사에 있던 분이 금융 트렌드를 잘 파악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접 우리은행장을 선출하는 임추위원들은 최 대표의 개혁적인 성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 임추위 관계자는 “은행에 재직할 때 추진력이 있었고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두루두루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외이사 한 분이 최 대표를 추천해 검토해본 결과 개혁성향이 강하고, 실력이 있어서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추위는 이르면 오는 30일 최종면접을 진행하고 당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후보 1인을 확정한다. 내정자는 다음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