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적폐 수사가 법조계의 정설(定說)대로 흘러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마중물이 된 격이다.
현재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 수사는 국가정보원과 언론 장악, 보수단체 불법 지원 및 관제시위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 등이다. 이 중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특수활동비 상납, 댓글 수사 방해(사법 방해), 공영방송 장악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이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며 망신을 당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고위 공직자의 뇌물수수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국정원은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달 5000만∼1억 원씩 총 40여억 원의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를 받았고, 용처는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이들을 구속기소 했고, 연루 의혹을 받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구속)도 조만간 불러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정 전 비서관의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이 돌아가며 상납금 운반책 역할을 한 셈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끝인 박 전 대통령의 조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전임 3명의 국정원장 중 남재준·이병기 씨가 구속됐고, 상납금이 가장 많은 이병호 전 원장 혐의를 입증할 진술 등을 확보한 만큼 박 전 대통령 직접 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의혹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았다고 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시트 제조사인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까지 다시 불거지자 작심한 듯 ‘정치보복’을 언급하며 ‘적폐청산’과의 프레임 전선(戰線)을 만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검찰의 적폐 수사는 전 정권과 이번 정권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불러 강도 높게 조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2015년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실상 좌지우지한 만큼 보좌진의 횡령 등 불법 행위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전 전 수석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할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검찰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벌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기대한다. 적폐 수사가 또 다른 적폐(積弊)를 낳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