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준비를 마쳤다. 현대로보틱스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며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이제 남은 작업은 금융 계열사 정리를 위한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매각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지주사 요건 충족…2년 내 하이투자證 등 매각해야= 지난달 31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주요 대주주들이 보유한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지분을 현대로보틱스 주식과 맞교환에 나섰다. 이번 주식교환은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 진행된 것이다.
올 4월 초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6개 사업 부문의 분할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경우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위험소지가 있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자산총액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 50% 이상을 지주회사 성립 요건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부채비율 200% 이하 ▲상장 계열사 지분 20%(비상장 계열사는 40%) 이상 보유 ▲금융 계열사 보유 금지 ▲순환출자 해소 등을 충족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 현대로보틱스의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은 각각 27.84%, 27.64%, 24.13%로 상승하게 됐다.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로써 향후 2년 안에 그룹 내 순환출자와 하이투자증권 매각만 완료하면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은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원할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몽준 이사장, 지주사 지분 25.8% 확대…지배력 강화 효과도 = 이번 주식 교환으로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율이 크게 높아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로보틱스는 2일 공시를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과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율이 25.8%가 됐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건설기계 등의 주식 등으로 1조2114억 원을 현물 출자해 현대로보틱스의 신주 297만9567주를 배정받았다.
이로써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보유 지분은 10.15%에서 25.80%로 상승하게 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할 경우 28.2%까지 오른다.
현대로보틱스(지주회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정 이사장이 자리하게 되면서 정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