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식(寒食)이다. 24절기의 이름을 딴 명절 외에 전통의 4대 명절로 설, 한식, 단오, 추석을 쳤다. 한식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이날은 하루 동안 불을 사용하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찬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찰 한(寒)’과 ‘밥 식(食)’자를 써서 ‘寒食’이라고 한다.
한식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왕이 공신인 개자추(介子推)에게 벼슬을 내렸지만 산에 숨어서 나오지 않으므로 그를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지른 것이, 그를 타 죽게 했기 때문에 그를 기리기 위해 하루 동안 불의 사용을 금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고대에는 나무끼리 마찰하여 불을 얻은 다음 그 불을 잘 보전하여 사용하였다. 그런데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일 년에 한 번씩 묵은 불을 끄고 새로운 불을 만드는 의례를 치렀다. 이것이 바로 ‘개화’인데 묵은 불을 끈 후, 새로운 불을 얻기까지 일정 시간 동안 불을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모두 찬밥을 먹었으며 이것이 한식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논자들은 두 번째 설을 더 신빙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이런 이야기와 의례를 들어 하루 동안 불을 금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한식을 전후한 시기는 날씨가 건조하여 불이 나기 쉬운 철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산불 조심’ 캠페인처럼 찬밥을 먹는 의례를 통해 경각심을 높인 것이다.
중국 당나라 사람의 시에 “날이 저물자 궁중에서는 몰래몰래 촛불을 서로 건네어, 귀족들 집에서는 가벼운 연기가 피어오르네(日暮漢宮傳蠟燭 輕煙散入五侯家)”라는 구절이 있다. 백성들에게는 불의 사용을 엄금한다고 해놓고서 귀족들끼리는 슬그머니 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특권층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