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전주 이전 앞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숙제

입력 2016-11-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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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벌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동반 사퇴한 지 1년이 지났네요. 그런데 아직도 내부적으로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연임 문제로 갈등을 빚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러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 본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갈등을 봉합하고 이후 새로운 CIO를 선임하는 등 새 출발을 했다. 그러나 물 밑에선 또 다른 갈등이 수면 밖으로 표출되기 직전인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 안팎의 평가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로 등장한 것은 당장 내년 초로 닥친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초 전주로 이전한다. 이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기존 인력들의 엑소더스가 심각하다. 이번 국감 때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이전 이후 6개월 안에 운용역 25%가량의 계약이 만료돼 인력 이탈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새누리당, 안산단원갑)은 국감에서 “내년 2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후 6개월 이내에 기금운용 전문인력 215명 중 50명이 계약 만료 상태에 이른다”며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이 지난 2013년 8명, 2014년 9명, 지난해 10명, 올해 12명(지난 7월 5일 기준)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지난 7월 기금운용 전문인력 채용에서 30명을 뽑으려 했으나 지원자들 중 적합한 인력을 찾지 못해 22명만 채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고 바이사이드 최고 선수급들이 경력직으로 오매불망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현재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국민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자긍심으로 그간 버텨왔지만, 전주지역 부양을 위한 실험을 위해 자본시장의 핵심인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는 것은 결국 내부 우수 직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1년 중 70%를 운용 업무가 아닌 감사와 보고로 지낸다”며 “연봉은 둘째 치고, 전주 이전 시 가족 이전에 대한 거주 지원도 전무해 미혼자뿐 아니라 기혼자들의 마음도 많이 떠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금인력은 공무원이 아닌 자본시장 전문가 출신의 계약직인데, 혁신과 선진금융을 지향하는 인재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무엇보다 인력들의 누출로 운용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크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전주행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기금운용본부의 본래 DNA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국민연금이 롤모델로 삼는 캐나다의 국민연금(CPPIB)은 인력들의 연봉이 성과에 연동되며, 투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문적 지배구조를 갖췄다.

국민의 혈세로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세계 최고급 투자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력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500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국내 최고 운용역들의 자긍심은 곧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로 연결된다. 더 이상 정치적 이권에만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운용역들이 본래 운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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