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을 찢을 듯한 배기음, 바닥에 붙어가는 듯한 자세, 지붕을 연 채 연인을 태우고 달리는 여유 만만한 모습...
스포츠카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몇몇 수입차 업체를 통해 선보이던 스포츠카와 컨버터블 바람이 국내 업체에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8월 23일 GM대우가 내놓은 G2X는 2인승 정통 로드스터로, 2.0 터보 264마력 엔진을 얹어 시속 100km까지 5.5초에 끊는 '호타준족'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0→시속 100km를 5초대로 끊는 차는 보기 힘들다. 미국 GM의 새턴 디비전에서 만들어 GM대우 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이 차는 사실상 수입차인 셈. 하지만 국내 업체의 브랜드를 달고 나오면 의미가 달라진다. 과거 수입차 개방 초창기에 기아가 머큐리 세이블을 '기아 세이블'로 판매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린 적이 있다. 국내업체인 만큼 서비스 망에서도 기존 수입차보다 유리한 입장. 하지만 스테이츠맨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는 GM대우로서는 낙관만 할 수는 없다고. 가격이 4390만원으로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카는 애시당초 많이 팔기 위한 차가 아니다. 이미지 리딩 모델로서 자사 브랜드의 다른 모델 판매를 끌어들이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9월 초 선보이는 G37 쿠페의 경우도 인피니티가 하반기 홍보에 올인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는 모델이다. 지난해 10월 야심차게 내놓은 G35 세단이 BMW 320, 렉서스 IS250을 앞서며 큰 인기를 모은 것도 데뷔 초반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피니티는 안산 국제자동차경기장을 임대하고 일본에서 짐카나 우승자를 불러오는 등 온 홍보에 정성을 쏟아부은 바 있다.
G35보다 엔진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333마력 엔진을 얹은 G37 쿠페의 가격은 5980만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성능을 내는 쿠페나 스포츠카가 없기 때문에 한국닛산 측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번에는 9월초에 강원도 문막의 테스트 트랙을 일주일간 임대해 구매 가망고객과 미디어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BMW Z4와 포르쉐 복스터/카이맨, 벤츠 SLK 등과 견주에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자리에 아우디 뉴 TT(쿠페 6250만원, 로드스터 6520만원)가 비교시승모델로 등장한다는 점.
출력에서는 G37이 크게 앞서지만 가격대가 거의 비슷해 고객들이 많이 비교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우디 뉴 TT는 G37과 쿠페 시장에서, G2X와는 로드스터 시장에서 각각 맞붙으며 협공을 당하는 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피니티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어떤 반응을 얻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