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가 국내에서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정부의 금연치료제 지원 정책에 반등에 성공했다. 금연 정책의 수혜를 기대했던 한미약품의 '니코피온'은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는 올해 상반기 253억원의 매출로 전년동기 113억원보다 107.0% 늘었다. 2014년 상반기 26억원보다 10배 가량 껑충 뛰며 전체 의약품 매출 순위 20위권에 포진했다. 챔픽스는 한국화이자가 판매 중인 제품 중에서도 고지혈증약 '리피토',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에 이어 매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가 확대됐다.
정작 시장에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발매 당시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분기 매출 10억원대에 머물렀다.
'자살'과 같은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챔픽스의 신뢰도에 의문을 품었다. 국내에서도 챔픽스를 복용한 이후 자살했다는 보고가 접수되면서 지난 2008년 자살 관련 경고가 붙었다. 화이자 측은 '자살'이라는 행동과 챔픽스의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음에도 챔픽스가 위험한 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챔픽스는 한국 정부의 '약값 지원 정책'으로 기사회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전격적으로 금연치료제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12주짜리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는 참가자에 약값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파격적인 약값 지원 정책이다. 이에 한국화이자는 3년간 중단했던 챔픽스의 마케팅 활동을 재가동했다.
금연에 성공하면 약값을 공짜로 복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챔픽스는 2014년 매출이 6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42억원의 매출로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발매 이후 7년 지난 의약품의 갑작스러운 매출 급증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챔픽스의 '자살 부작용' 오명도 희미해졌다. 지난 4월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챔픽스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됐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80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챔픽스는 니코틴 패치나 위약 대비 중증의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률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모두에서 금연치료 보조요법 중 챔픽스(33.5%)는 위약(12.5%)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금연치료 약물 '부프로피온'(22.6%)과 '니코틴 패치'(23.4%)보다 우수한 금연유지율을 보였다.
이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품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화이자에 금연치료제와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연구에 직접 참여한 앤드류 파이프 오타와대학 교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금연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챔픽스가 효과적인 금연치료 옵션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FDA는 이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챔픽스의 주의사항에서 자살 관련 부작용 문구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니코피온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웰부트린'의 복제약(제네릭)으로 우울증과 금연시 니코틴 의존을 치료하는 보조요법으로 허가받았지만 당초 우울증 용도로만 사용됐다.
한미약품은 약값 지원 정책 시행과 동시에 니코피온 재발매를 통해 금연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한미약품은 니코피온의 허가 당시부터 금연치료제 판매를 염두에 두고 제품명도 니코피온으로 작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코피온은 지난해 상반기 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억원에 그쳤다. 챔픽스의 고공비행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