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뒷북 예측’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확한 분석을 먼저 제시하는 대신 시장의 흐름에 따라 뒤늦게 목표주가를 수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이틀 사이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현대증권, 하나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200만 원을 제시했고, 미래에셋대우와 유진투자증권은 19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185만 원으로 올렸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7일 전후만 해도 증권사들의 목표가 상향 조정이 이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7~8일 사이 목표주가를 조정한 증권사는 HMC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2곳에 그쳤다. 잠정실적 발표 전날인 6일 목표가를 조정한 동부증권을 포함해도 3곳이다. 대다수 증권사는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했다”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목표가 160만~170만 원대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는 연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사상 최고가(158만4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어 지난달 28일 확정실적 8조1400억 원을 내놓으며 9분기 만의 8조 원대 영업이익 달성에 쐐기를 박았다. 증권사들은 뒤늦게 목표가를 줄상향하며 시장의 분위기를 따라잡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들은 유독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때 ‘헛다리 짚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시즌 당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6조5000억 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발표 직전까지 이와 유사한 수준의 추정치를 부른 곳은 없었다. 당시 평균 추정치는 5조6000억 원대로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치와 무려 1조 원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이마저도 일부 증권사가 10~20%씩 다급하게 올려잡은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과거 목표가 거품으로 비판받던 애널리스트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서 뒷북 예측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2013년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때는 주가가 200만 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넘쳐났다. 당시 키움증권은 210만 원을 전망했으며, 대신증권과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200만 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주가는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매번 개선된 숫자를 확인하고 목표가가 뒤쫓아 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리서치센터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