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이달 중순 대법원이 보험 가입자가 자살했어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다시 불거졌다.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 상태가 됐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금감원과 생보사들은 ‘멘붕’에 빠졌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외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받지 못한 보험금을 금융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금감원도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 쪽이다. 생보사들이 약관에 반영한 표준약관을 만들고, 상품을 검사했던 이가 바로 금감원이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보험사들은 ‘억울한 척’을 하고 있다. 금감원이 만든 표준약관을 썼을 뿐이라며 ‘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금감원에 약관 개정의 필요성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보험전문 변호사는 금감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한 것은 “법의 뿌리를 흔드는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의 책임회피 자세를 놓고 다른 금융권은 “보험업계가 이래서 안 된다”며 혀끝을 차고 있다.
보험은 여타 금융업과 달리 소비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을 때 제 역할을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자살보험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 생보업계 모두 보험의 역할을 망각한 채 사태를 모면하려는 궁리만 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떠안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가 아닌, 일을 저지른 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결자해지’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