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환율인 100엔당 원화환율이 1100원을 돌파하면서 2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는 경기부진에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3원 오른 12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오후 4시2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0.21엔 떨어진 112.05엔에 거래중이다.
이는 최근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는데다, 중국 수출부진과 위안화 평가절하, 이번주말 열릴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간 충돌 가능성 등이 점쳐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대내적으로는 한국은행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와 인하기대감이 커졌고, 글로벌 펀드가 원화채권을 팔고 환전해 나가는 분위기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월 수출도 20일 현재 17%나 급감하면서 부진한 펀더멘털도 반영 중이다. 여기에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엔화가 강세로 간 반면 달러 강세도 여전해 원화가 약세를 보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엔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대내 상황이 좋지 못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경기를 반영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엔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원/엔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기 변곡점은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상해에서 개최되는 G20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일 연구원은 “G20 회의에서 분열이 심해지면 엔화가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원/엔 환율이 1150원은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말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른다고 보면 원/엔 환율도 올해 안에 1200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창배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추가로 오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 수준에서 등락할 것 같다”며 “원/엔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좋아지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원화 강세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