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장 사업팀 신설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기 장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電裝)사업팀’을 신설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자동차 사업 대신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재계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완성차 후발주자로서의 한계 △고객사 확보의 용이성 등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9일 “단기간에 전장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앞으로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장 사업 신설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한다. 먼저 인포테인먼트란 길 안내 등에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다양한 오락거리와 인간친화적인 기능을 말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통합시스템을 뜻한다.
텔레매틱스와 CID(중앙정보처리장치),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전장사업팀장은 생활가전 C&M사업팀의 박종환 부사장이 임명됐다. DS(부품) 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종합기술원과 전장사업팀을 관장한다.
과거 1995년 삼성자동차를 출범하고 1998년 SM시리즈를 선보였던 삼성이 20년 만에 다시금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 전장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차 메이커가 5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연간 800만대 수준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 수준, 과거 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은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기아차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산공장이 25개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 후발주자로서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에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여기에 기존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자동차 그것도 전장 사업이다.
나아가 자동차를 생산하면 GM과 르노닛산, 일본 토요타 등 유수의 기업에 전장 장비납품이 어렵게 된다. 자동차 메이커도 경쟁사의 부품을 도입하거나 발주하는데 인색하다.
그러나 삼성이 자동차 대신 부품을 선택하면 당장에 현대기아차는 물론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메이커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이미 LG전자가 이같은 판단 아래 자동차 전장 사업팀을 꾸려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자동차 보다는 자동차 부품 사업이 그룹 전반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증권가와 자동차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구글·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IT전자업체들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사업 영역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차량 전장부문 진출을 공식화한 것 역시 이들과 같은 맥락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