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로 보이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현대모비스는 23일 212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키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 자사주는 97만3439주로 취득 예정기간은 24일부터 올해 12월 23일까지다.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매입 하는 것은 2004년과 200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현재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180만6616주(전체 상장주식의 1.86%)다.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은 2.8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의 표면적 이유는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한전부지 매입이나 글로벌 여건 변화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며 “당초 기대보다 주가 반등 속도가 더뎌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부양책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상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사전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고, 지주회사 분할시 자사주도 동일한 비율로 분배되는 등 지렛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간 얘기일 수도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향후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번 자사주 취득시 자사주 비율이1.86%에서 2.86%로 확대된다”며 “순환출자 고리와 후계구도 완성을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기아차(지분 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핵심 계열사 지분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 부회장은 올해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블록딜로 매각하고, 8월에는 광고계열사 이노션 상장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