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롯데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이날 오전 9시 30분 도쿄에서 열렸다. 이번에 상정된 안건은 사외이사제도 신설과 신규 임명, 롯데홀딩스 조직개편 등 두 가지다. 하지만 한국 롯데와 롯데홀딩스 측은 이날 아침까지도 주총이 열리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조차 비밀에 부쳤다. 한국 롯데 관계자는 “주총 시간과 장소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다만 주총 결과에 대해선 언론에 통보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측도 “주주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 주변에서는 비상장기업의 주주총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주총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는 게 맞다”며 “이번 주총에 대해 비밀에 부치는 건 롯데의 폐쇄적 속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때 신동빈 회장이 “최근의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것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번 주총에 관심이 모아지는 건 그 결과에 따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되는 동시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그룹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할 전환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차남 신동빈 회장이 신임을 얻는다면 그룹 지배력과 조직 장악력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된다. 신 회장은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일본으로 향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은 국민들 앞에서 공언했던 그룹 개혁에 대해 주주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고 그의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신임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신 회장이 대외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와 L투자회사 12곳의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어 일방적 승리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구석에 몰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처음으로 세 과시에 나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롯데홀딩스 지분 과반수를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과 의중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 표 대결에 나서 신 회장이 상정한 안건을 부결시킨다면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와 직원지주조합, 임원지주조합이 각각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