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년 전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추운 겨울을 보냈던 정유4사가 2분기 드라마틱한 실적 반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2분기 2조원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확실시되면서 희미했던 미소가 함박웃음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3일 정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했던 2011년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부터 나온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평균(11개 증권사)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든든한 맏형'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2조9170억원의 매출과 66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월 중순 이후 나온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172억원(유안타증권), 8860억원(한국투자증권), 7359억원(신한금융투자), 8004억원(NH투자증권), 8712억원(SK증권) 등으로 8천억대로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분기에 8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2012년 3분기(8835억원)가 마지막이다. 증권사 전망치가 맞아떨어진다면 3년여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는 셈이다.
1분기 3천2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한 직후에만 해도 2분기 수익 규모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됐지만 불과 2개월여만에 전망치가 2배 이상으로 상향됐다.
SK이노베이션의 분기별 영업이익 기록은 2011년 1분기의 1조3562억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함께 하는 사이인 만큼 나머지 정유 3사도 2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1분기 30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GS칼텍스의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4개 증권사)은 7조6527억원과 6천219억원으로 최대치는 7700억원(한국투자증권)이었다.
1분기 225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에쓰오일(8개 증권사)은 4조9357억원의 매출과 4450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되는 가운데 6천억이 넘는 대규모 영업이익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곳도 있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흑자규모가 1분기 950억원에서 2분기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 전체로는 증권사 전망 평균치의 영업이익만 올리더라도 2조원, 최고치에 부합할 경우 무려 2조원대 중반에 달하는 대규모 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깜짝 실전 전망은 국제유가가 6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제마진 시황이 좋아진데다 지난해 손실 악화의 주범이었던 재고손실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데서 나아가 오히려 수익으로 전환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배럴당 4.3달러에서 4분기 6.3달러에 이어 1분기 8.5달러, 2분기 8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 경쟁국 설비증설 지연 및 대규모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감소 등도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현행 생산량을 유지키로 하면서 원유 시장이 구매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뀐 점도 국내 정유사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됐다.
정유업계는 1분기 흑자전환 당시만 해도 중장기 실적 개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2분기의 깜짝 실적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인한 유가 급락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 정철길 사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수익 개선에 대해 "글로벌 공급과잉 등 펀더멘털은 변한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일 수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