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이 SK그룹 지주사인 SK㈜와 SK C&C 간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키로 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탠스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24일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이날 SK C&C와 SK㈜의 합병 등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하고 양측의 합병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자사주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합병 후 SK C&C의 정관변경,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상향조정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재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합병 관련 분쟁 중인 삼성 측은 내달 17일 예정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 주주를 확보해야 한다.
특별 결의 사항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동안 주주의 참석률을 70%로 볼 때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최대주주 동일인 지분 13.99%에 KCC 지분 5.96%를 더한 19.95%로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7.12%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은 23%의 지분만 확보하면 합병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는 합병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합병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결과라 당황스럽다”며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SK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제 역할(친재벌)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왔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보여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