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이 전세에서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월세 시대’로의 진입은 국내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39세 이하 젊은층 가구엔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4일 ‘주택시장의 월세주거비 상승이 소비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김정성 조사국 과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월세비중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23.9%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월세 주거비도 월 28만원에서 32만원으로 불었다.
월세 비중 확대의 원인은 우선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세 임대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공급 물량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전세 임차인들의 보증금 환수불안에 따른 월세전환, 월세거주 비중이 높은 1~2인가구의 증가 등도 월세 수요 상승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이러한 월세 주거비 상승이 가계소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월세 주거비 상승은 임대가구의 소비를 늘리는 데 반해 임차가구의 소비는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전체 소비에는 최종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설명이다.
김정성 과장은 “임대 및 임차 가구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월세 상승은 임대인의 소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임차인의 소비는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39세 이하 연령대 가구주의 가계소비를 크게 축소시켰다. 이들의 월세 비중이 높은 것이 배경이다.
실제 추정결과 월세 주거비 1% 상승의 소비감소 효과는 저소득층 0.09%, 가구주 연령 39세 이하0.08% 정도로 전체가구 평균의 0.02%보다 훨씬 컸다.
더욱 문제는 월세 주거비 상승이 소득불균형을 확대시킨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월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월세 주거비 상승→경직적 지출 확대→재산형성 제약’의 과정을 통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다만 월세 주거비 상승 추세 및 소비·소득분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주택시장 변화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현상인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향후 월세 주거비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의 소득기반 확충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