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33)씨는 최근 은행에 갔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업무시간 중 계좌 개설을 위해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은행을 방문했지만, 사람들이 몰리며 대기시간이 1시간가량 걸린 것. 그는 정작 필요한 은행 업무를 5분 만에 마쳤지만 기다리는 시간 낭비가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계좌 개설은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행에 갔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인터넷은행 설립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금융실명제법을 완화하는 등 인터넷은행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이 도입되면 더 이상 은행 마감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은행을 찾는 현상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통장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모든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증권사, 금융사, ICT기업, 유통업체 들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쏟아낸다. 말 그대로 365일 24시간 내내 바로 옆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은행이 생기는 것이다.
◇비대면 통장 개설… 간편한 계좌 생성 가능 =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면 비대면 본인확인 방식을 적용해 간편하게 계좌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며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같은 방식이 핀테크 등 ICT금융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비대면으로 본인임을 확인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비대면 본인 확인 방식으로는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거나 영상통화를 이용한 확인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현금카드를 전달할 때 대면으로 확인하는 방법과 기존 가지고 있던 계좌를 활용한 확인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확인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지분뱅크는 현재 두 가지 이상의 비대면 본인확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지분뱅크는 신분증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데이터 정보나 인증기관을 통해 입력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핀테크 투자 활성화 =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핀테크 중견·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역시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핀테크 기술을 가진 업체와 은행과의 투자 바람이 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웰스파고, 영국의 HSBC 등의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 육성에 수억달러의 펀드를 만들거나 직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최근 산업자본에 15%까지만 허용하던 은행의 출자한도를 관련 핀테크 기업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인터넷은행이 핀테크 산업의 해외 진출 모델로도 떠오를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플랫폼을 개발해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셔터 마감은 오후 4시… 인터넷은행은 24시간 = 일반적으로 은행의 마감 시간은 오후 4시까지다. 인근 직장인들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방문하거나 쉬는 날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정 시간대에 많은 고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점심시간 때 은행에선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은행을 방문해 창구에서 상담하며 할 수 있었던 대출 업무도 스마트폰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서는 인터넷 은행 시범 모델인 ‘위비뱅크’를 통해 신용등급 1~7등급이면 누구나 100만원 이상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타 은행인 경우에도 서울보증보험에 의뢰해 신용도를 평가한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면 스마트폰으로도 이 같은 은행 고유의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IT기업과 은행들이 나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며 “인터넷은행이 도입되면 핀테크 업체와 은행 간의 제휴가 더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