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엔화약세)로 100엔당 원화가치가 7년 2개월만에 800원대로 접어들면서 일본차 업체들이 자국에서 생산한 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 미국에서 생산한 차를 수입하던 그동안의 전략이 크게 뒤바뀐 것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이르면 6월께 일본에서 생산한 ‘레전드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레전드는 혼다의 대표 대형세단으로 지난 2월부터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이 국내에 수입 판매됐다. 국내 출시 이후 모두 31대가 판매됐다. 6840만원의 고가인 데다 가솔린 차량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소비자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로 저변을 넓히면 소비자 호응을 얻을 것으로 혼다는 기대하고 있다.
혼다 이외에 닛산과 토요타 등 다른 일본차 업체들도 일본산 차량의 한국 판매를 확대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 토요타는 ‘프리우스’, ‘프리우스V’, ‘RAV4’, ‘86’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뉴 캠리’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전 모델은 일본산이다. 또 닛산은 ‘쥬크’와 ‘370Z’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인피니티는 ‘QX80’, ‘Q70’ 등이 일본산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수출입 실적은 환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본차 업체들이 엔저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차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가격을 내리면서 엔저를 활용하고 있다. 주력 차종은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지만 본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에서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뉴 캠리는 국내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차량은 완전 변경에 가까울 정도로 이전 모델보다 새로워졌지만 가격은 3390만원으로 2년 전과 동일하다.
뉴 캠리는 올 1분기 국내에서 818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44.5% 판매량이 늘었다. 토요타는 뉴 캠리의 연간 판매 목표를 3000대로 세웠다. 현재와 같은 판매 추세라면 3000대 판매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일본차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종은 대부분 달러 결제이기 때문에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일본산 차량의 판매 확대는 현재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