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뒤로 주말이 이어지다 보니 각급 학교가 오늘에야 개학하고 입학식도 오늘 갖게 되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2월 말에 미리 입학식을 치르기도 하였다.
‘들 입(入)’, ‘배울 학(學)’을 쓰는 입학(入學)은 글자 그대로 ‘배움에 들다’라는 뜻이다. 入學이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아마 중국의 경전인 ‘예기(禮記)’의 ‘학기(學記)’ 편에...
‘끼리끼리’는 반복적 표현을 통해 ‘끼리’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말로서 ‘여럿이 무리지어 그 무리만 따로’라는 뜻이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바르고 좋은 일을 할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할 때 비난과 비아냥거림을 담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일을 앞에 두고 “우리끼리 합심하여...
오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남북한 사이에 진정으로 평화가 정착하고 한민족에게 찬란한 번영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 모두 이런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중계하는 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물을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뜻의 한자어는 ‘응시(凝視)’도 있고 ‘응시...
장수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인도의 코끼리가 88살의 나이로 얼마 전에 죽었다. 야생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약 50살로 알려져 있는데 이 코끼리는 88살까지 살면서 “할머니 코끼리”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2500년 전의 저서인 ‘한비자’에는 “견골상상(見骨想象)”이라는 말이 나온다. ‘볼 견’, ‘뼈 골’, ‘생각할 상’, ‘코끼리 상’, “코끼리의 뼈를...
매일같이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진즉에 열렸어야 할 회담이 이제야 열리고, 진즉에 해결할 수도 있었던 일들을 이제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1945년 광복 이후, 이념이나 체제보다 민족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남과 북이 그처럼 날을 세우며 적으로 갈라서야 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6·25라는 비극적인 전쟁을 치르지...
정월 대보름날 밤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거의 다 밖으로 나와 달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못을 이용하여 표면에 구멍을 뚫은 깡통을 철사 줄에 매달고, 철사 줄의 다른 한쪽 끝에는 막대 손잡이를 달아 불놀이 기구를 만든다. 깡통 안에 짧은 장작을 넣고 불을 붙여 큰 원을 그리며 돌리면 불이 훤히 지펴진다. 이 ‘불 깡통’을 거푸 돌리면서 아이들은 목청껏 ‘망월(望月)...
정월 대보름날 아침 일찍 우물가로 간 우리들은 찬물로 세수를 한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어머님께서는 헛솥에 물을 데워 더운물로 세수를 하게 하였지만, 대보름날 아침부터는 여지없이 찬물로 세수를 하게 하셨다. 완연한 봄이 됐으니 이제 더운물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더운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를 단련시킨 것이다. 처음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음력 8월 15일인 중추절과 함께 유난히 달이 밝은 밤을 맞는 날이다. 중국에서는 ‘으뜸 원(元)’과 ‘밤 소(宵)’, ‘절기 절(節)’를 써서 ‘원소절(元宵節)’이라고 한다. 元은 으뜸이라는 뜻과 함께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한 해의 첫 달을 ‘정월(正月)’이라고도 하지만, 달리 ‘원월(元月)’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元宵節은...
우리 국민 중에 밖으로는 외세에 위축되지 않고, 안으로는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기야 일부 졸부들은 자신들의 부(富)를 더 과시하기 위해서 다 함께 잘사는 것을 꺼리고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옹졸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졸부다.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면서 존경받는 부를 누려야 졸부를...
암행어사 박문수 선생이 필운대(弼雲臺)에 올라 지은 시가 있다. “그대는 노래 부르고 나는 휘파람 불며 높은 곳에 올라보니, 오얏꽃 하얗고 복숭아꽃 붉어 온갖 꽃이 다 피었구나. 이와 같은 풍광과 이와 같은 즐거움 속에서, 해마다 태평의 술잔에 오래도록 취했으면(如此風光如此樂 年年長醉太平杯).” 태평성세를 염원하는 시이다. 이 시에 나오는 ‘풍광(風光)’은...
화목한 가정, 따뜻한 사회는 서로에 대한 서로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며, 서로에 대한 관심은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서 상대가 말을 할 때는 딴전을 보거나 꼬장을 부려서는 결코 화목하지도 따뜻할 수도 없다.
딴전은 순우리말 관형어인 ‘딴’과 한자 ‘전(廛)’의 합성어이다. 순우리말 ‘딴’은 “아무런 관계가...
중국에서는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 즉 괴이한 것, 폭력적인 것, 음란하거나 문란한 것, 귀신에 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실상 금하였고, 그 영향으로 인해 소설이 경시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어제 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에도 이백, 두보, 왕유, 백거이 등 소설가가 아닌 시인들이 문학의 중심에 있었고 송나라 때에도 소동파, 황정견...
교육부 혹은 각 지자체 교육청이 뽑은 청소년들의 필독서 목록에는 으레 ‘그리스 로마 신화’가 포함되곤 한다. 신화는 겉은 비록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허황함에도 왠지 사실처럼 느껴지면서 큰 교훈과 지혜를 주는 것이 신화의 매력이다. 이처럼 고대부터 인류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인 신화가 발달했던...
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한 가수 이수미 씨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이면서도 호흡이 길어서 가창력이 뛰어났다. ‘여고시절’이 히트하여 큰 인기를 누렸다. 이수미 씨가 부른 노래 중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라는 노래도 있는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정말 번다한 세속을 떠나 산골에 들어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랑이 병이라는 그 말을 믿었다면...
음력을 사용할 때는 설날이 한 해의 첫날이었지만 세계가 거의 다 양력을 사용하고 서기를 쓰는 지금, 설날은 새해맞이의 의미보다는 새봄맞이의 의미가 더 크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생명이고 희망이다. 설날과 함께 우리는 다시 희망찬 새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선 말기로부터 항일 시기를 거쳐 광복과 6·25 동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기를 다 겪으며...
다음 달 5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광복 후, 서기를 연호로 사용하면서 설도 양력으로 쇠어 양력 1월 1일부터 3일 동안을 ‘신정(新正)’이라는 이름의 공휴일로 삼았으나 국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음력설을 쇠었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불합리한 ‘이중과세(二重過歲:이중으로 새해를 맞음)’라는 명분으로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설날을...
생선탕을 주문하고서 “고니 좀 서비스로 주세요”라고 하면 생선 내장이나 알을 따로 듬뿍 내오는 인심 좋은 음식점이 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필자가 사는 전주에는 그런 음식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입말로 ‘고니’라고 하지만 실은 ‘곤이’가 맞는 말이며 한자로는 ‘鯤鮞’라고 쓴다. ‘곤이 곤’, ‘곤이 이’라고 훈독하는데 국어사전은 ‘곤이’를...
소설을 흔히 단편, 중편, 장편으로 구분한다. 물론 원고의 분량이 구분의 주된 기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분량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원고의 분량보다는 오히려 작품의 전개나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는 호흡의 길이, 플롯 전개의 단순성과 복잡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한 분류일 것이다. 장편소설보다도 월등하게...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지은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의 종장은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로 끝난다. 큰 전쟁을 앞두고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터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닥의 피리소리는 남의(이순신 장군 자신의) 애를 끊어 놓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의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함경북도 남동부 동해 연안에 자리한 명천군(明川郡)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고을 원님에게 바쳤는데 원님이 맛있게 먹고서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하자’고 함으로써 명태라는 이름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