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알쏭달쏭한 말이 참 많다. 비평(批評)과 비판(批判)과 비난(非難)도 한 예이다. ‘批’를 풀이할 만한 순우리말이 없다 보니 흔히 ‘비평할 비’라고 훈독하지만 ‘批’는 견준(比) 결과를 손( =手)으로 쓴다는 의미의 글자이다. ‘評’ 역시 순우리말 풀이가 적당치 않아 흔히 ‘평할 평’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말을 나타내는 ‘言’과 ‘공평하다’는...
“34년 공직 생활 동안 여성 스캔들 한 번 없는 저를 이런 식으로 음해하는 가짜 언론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오늘부터… 취재 거부, 전 당원에게 시청 거부하도록 독려하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방송사를 상대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도 했다.
국민들은 이미 다 가짜로 알고 있는 ‘가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에 꼰대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낙인찍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꼰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데 대한 반론도 내놓았다. “나는 말을 빙빙 안 돌린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기자에게도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느냐’고 야단친다. 아버지가 야단치듯 하는 것을 보고 ‘꼰대’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불상의 이름은 나름대로 규칙에 따라 붙인다. 맨 앞의 금동(金銅) 두 글자는 불상을 만든 재료를 뜻하고 다음의 미륵보살은 불상의 종류를 말한다. 깨달은 중생의 하나로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돕는 보살을 미륵보살이라고 하며 반가사유는 반가부좌를 한 상태에서 손을 얼굴에 대고 생각에 잠긴 자세를 일컫는다.
이처럼 불상은 ‘재료+부처의 종류+부처의 형태와 자세’...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는 응급실 안에 설치된 탕비실 천장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탕비실이 뭐 하는 곳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탕비실은 ‘湯沸室’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끓을(일) 탕’, ‘끓을(일) 비’, ‘집(방) 실’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끓이는 집(방)’이라는 뜻이다. 순전히 일본어에서 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MB,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나?”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절대군주의 왕정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어리둥절하다 못해 섬뜩하기조차 하다.
‘역린’은 한비자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말이다. 책의 편명인 ‘세난’은 ‘유세(遊說), 즉 말로써 왕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 과연 맞는 표현일까?
금도는 ‘襟度’라고 쓰며 각 글자는 ‘옷깃 금’, ‘정도 도’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옷깃의 정도’인데 이때의 옷깃은 ‘가슴’, 즉 ‘흉금(胸襟)’이라는 뜻이다....
박물관에 진열된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에 붙어 있는 이름을 보면 적잖이 복잡하다.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이름인데 사람들이 한자를 모르는 채 한글로 적힌 발음만 읽다 보니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청화운용문호’등이 바로 그런 이름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靑瓷象嵌雲鶴紋梅甁’...
고려 상감청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청자(靑瓷)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상감에 대해 아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 것 같다. 주변의 학생들로부터 바른 답을 들은 경우가 거의 없다.
상감은 ‘象嵌’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코끼리 상’, ‘산골짜기 감’이라고 훈독한다. 그런데 象은 자주 ‘像(형상 상)’과 통가(通假)하는 글자이므로...
전북 전주에서는 친아버지가 딸의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 벌어져 아직도 수사 중인데,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의 범인이 친어머니의 재산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이었음을 자백했다. 섬뜩한 사건들이다. 어머니의 재산을 뺏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어머니를 비롯한 일가족을 죽이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결국은 잡혀와 처음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거짓말까지 하다가...
백운모나 석영, 장석 등 ‘가는 모래 가루’ 성격의 재료가 주성분인 고령토를 빚어서 만들거나 아예 석영이나 장석의 가루를 빚어서 만든 그릇을 ‘사기(砂器)’라고 하며, 흙으로 빚어 만든 그릇을 말린 후에 윤기가 나도록 바르는 잿물인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을 오지그릇, 즉 ‘도기(陶器)’라고 한다는 점은 이미 며칠 전 글에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식사를 마친 옆 탁자를 치우는 종업원들이 너무 거칠게 식기를 다루는 바람에 식기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귀에 몹시 거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을 차리는 모습도 가관이다. 마치 식기들을 내던지듯이 내려놓는다. 웬만큼 험하게 다뤄서는 안 깨지는 재료인 멜라민이나 실리콘 등을 사용하여 만든 그릇이다 보니 상차림이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렸다. 남과 북 사이의 대화가 재개된 것만으로도 반겨야 할 일인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확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는 더욱 진솔하고 알찬 대화를 통해 남북 문제가 하나씩 풀려 나가기를 기원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처럼 매정한 민족도 없는 것 같다. 갈라선 지 70여 년 동안 이산가족들이 그렇게 그리워하다가 결국 서로...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어 요즘엔 술을 과하게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연말에 어쩌다보니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심으로써 배우자한테 혼나고 다음 날 종일 술병을 끙끙 앓으면서 ‘이놈의 술, 다시는 안 마실 거다!’라고 금주를 결심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새해도 며칠 지난 지금, 슬슬 다시 술 생각이 나신다면 다시 한번 절주...
다른 지방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음식에 뭔가 색다른 맛이 있을 때 “개미가 있다” 혹은 “계미가 있다”는 말을 한다. 어떤 이는 ‘갱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슨 뜻일까? 우선 바른 말부터 찾자면 개미도 계미도 갱미도 아니고 ‘객미’이다. 한자로는 ‘客味’라고 쓰며 각 글자는 ‘손님 객’, ‘맛 미’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만...
교수신문은 2017년 한 해를 평가한 4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 ‘깰 파’, ‘사특할 사’, ‘드러낼 현’, ‘바를 정’, 즉 ‘사특함을 깨버리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제2위로 뽑힌 4자성어는 ‘해현경장(解弦更張:풀어질 해, 활시위 현, 고칠 경, 팽팽할 장)’, 즉 ‘풀어진 활시위를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맨다’는 뜻이다. 제3위는 ‘수락석출...
새해가 시작될 때면 누구라도 새 희망을 갖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나에게 결코 불가능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용기를 내고 정열을 불태운다. 희망은 이처럼 사람을 활기차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모든 게 다 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는 긍정적 에너지가 바로 희망이다.
이처럼 희망에 부풀수록 가늠을 잘해야 한다. 모든 게 다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사실...
새해가 밝았다. 사람마다 다 건강한 가운데 하는 일 모두 뜻대로 이루어 누구 하나 고통에 시달리거나 슬픈 일이 없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만사여의(萬事如意)! ‘만사가 뜻과 같기를’이라는 의미이다. ‘일만 만’, ‘일 사’, ‘같을 여’, ‘뜻 의’로 이루어진 4자성어이다. 여기서의 ‘萬’은 꼭 ‘10000’이라는 숫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오늘을 포함하여 2017년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해[歲]가 바뀐다고 해서 아침에 뜨는 해[太陽]가 달라지는 게 아니건만 사람들은 새해 아침에 뜨는 태양은 여느 날 태양과 달리 새로운 태양으로 맞으려 한다. 송구영신! 묵은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다짐에서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자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적폐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이 적폐를 덮어둔 채 흐지부지하거나 어영부영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오해는 불식되었지만 한때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대충 넘어가거나 크게 시작한 일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