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오히려 인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인도가 다른 신흥시장과 달리 ‘독특하면서도 유리한 입장’에 있어 무역이나 정부 재정에서 외부의 악재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FT는 인도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중국ㆍ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른 나라와 달리 상품시장 하락세로 인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유를 포함해 상품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유가는 세계 경제 우려로 인한 수요감소와 과잉 공급 우려가 겹치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에게 유가 하락세는 ‘횡재(windfall)’이라는 평가다. 도이체방크는 “유가 하락은 인도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세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양대 과제로 손꼽히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정부 재정강화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유 수입은 인도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떨어진다면 인도 경상수지 적자가 10억 달러(약 1조635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유가가 떨어지면 정부의 연료 보조금 지출도 줄어들어 예산에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치솟는 인플레이션도 크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인도 소비자물기자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1월 이후 최저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전월 상승폭(7.73%)은 물론 전문가 예상치(7.11%)를 밑돈 것이다. 인도의 9월 도매물가지수(WPI) 상승률도 2.38%(연율기준)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진정 기미를 보인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하로 이어져 국내 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과 달리 수출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글로벌 수요 감소 여파에도 크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인도가 1~2년 내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경제 전망이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 성장 우려로 리스크 회피 현상이 커지면서 인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인도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개월 전 경제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업고 출범한 모디 정부가 현재까지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