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70년대 산업화 상징 석유비축기지, 상암동 새 랜드마크 될까?

입력 2014-09-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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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석유비축기지 전경. 상암동 일대 산 속에 방치돼 있다.(사진=서울시)

서울에 1949년에 편입된 마포구 상암동.

역사 속에서 이곳은 언제나 변두리였습니다. 기록조차 찾기 힘듭니다. 조선 시대 한성부 북부에 속한 어느 한적한 동네로 기록된 게 전부입니다. 일본강점기엔 관동군의 대대 병력 주둔지, 현대사에서는 난지도로 대표되는 매립지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만, 2014년 현재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악취가 진동하던 난지도는 나들이 공원으로, 주변의 황무지엔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말 그대로 '천지개벽'한 겁니다. 최근엔 DMC 단지까지 활성화돼 일대는 복합미디어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방에 속했던 이곳은 새롭게 꿈틀대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그 연장 선상에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변신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름도 낯선 석유비축기지, 상당수의 동네 주민들조차도 이곳의 정체를 모를 정도입니다.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있는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0만 1510m² 부지 위에 지어진 공공 구조물입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정부가 석유비축 정책을 추진해 만들어진 산업화의 산물입니다. 높이 15m, 지름 15∼38m의 대형 석유탱크 5기에는 131만 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성장제일주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산업화의 밑거름인 에너지, 석유 확보의 첨병으로서 말이죠. 1970~80년대의 경제 성장 원동력에 적게나마 보탬이 된 우리나라 경제 발전사의 산증인입니다.

그러나 2000년이 되자 상황은 달라집니다. 중요 시설로 활용됐던 이곳은 가혹한 운명을 맞게 됩니다. 인근에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며 '대규모 화학물질 시설이 경기장 근처에 있을 순 없다'는 논리로 사용이 금지됩니다. 결국, 1979년부터 유지되던 시설이 문을 닫게 되고 그 기능은 용인 기지로 이전되며 잊혀집니다.

▲버려진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모습. 관리가 되지 않아 녹이 심하게 슬었다.

한때 정부의 에너지 수급 정책을 뒷받침하던 이 구조물은 이후 근 13년 넘도록 산속에 버려졌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탱크 전면부는 녹이 자욱하고, 입구는 공포영화의 배경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다행인 건 이 흉물스러운 시설이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서울시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을 펼치며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킬 계획을 내놓습니다. 그 결과 지난달 25일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이 1등 수상작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설계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오는 10월 설계 계약을 마치고 2016년 말까지 석유 기지는 극장과 전시시설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서울의 변두리에서 서북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암동. 아직까진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각종 방송사와 대기업들의 입주로 활기를 띠긴 했지만 상징적인 문화 공간은 없었습니다. 그 역할을 탈바꿈하는 석유비축기지가 해낼 수 있을까요.

한국 산업화의 단면을 보여주던 이곳이 이젠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어떻게 변할지요. 나들이 장소가 된 난지공원처럼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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