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70% 시대] 불확실한 정책에 집값 하락 우려… “일단 지켜보자”

입력 2014-07-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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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무주택 혜택 많아졌지만 추가 자금•시장 회복 등 불안요소 여전

전세가율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매매로 연결돼야 하지만 좀처럼 매매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여전히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고 투자자들의 경우 임대차 선진화 방안 입법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 신호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세가율은 사상 최고치 = 지난 11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평균 68.8%에 달했다. 2002년 4월(68.8%) 이후 최고치다.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인 지난 2001년 10월의 69.5%와 0.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광주의 전세가율이 78.4%로 가장 높았다. 광주 남구는 81.3%를 기록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80%를 넘었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64.0%로 2001년 11월(64.4%) 이후 가장 높았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71.1%)가 유일하게 70%를 넘었다. 강북지역 평균 전세가율(66%)이 강남지역(62.3%)보다 높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다는 뜻”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최근 아파트 매매가 상승 폭은 줄어들고 전세가 상승 폭은 커져 전세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수준에서 매수전환이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선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요자들이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염려해 전세를 선호하고 있어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70%를 넘는 가구 수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은행의 주택구매력지수(HAI) 등은 관련 통계를 낸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HAI는 중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했을 때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HAI는 171.8로 전분기(168.3)보다 높아졌고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112.5)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집을 살 형편은 나아졌지만 일단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매매전환 안하나? 못하나? =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5억5122만원과 1억9326만원으로 전세가율은 약 35.1%였다. 하지만 이후 시장의 침체와 전세물량 감소 영향으로 매매가격은 하락했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며 올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전세가율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해 보면 2008년에는 7.00%였지만 2014년(4월 기준)에는 3.69%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2013년부터 시행된 공유형 모기지의 시행으로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나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1~2%대의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매수여건이 개선되면서 시장의 회복 효과를 단순 측정해볼 수 있는 거래량을 살펴보면 2008년 6만3347건, 2014년(5월 기준)에는 3만7130건이 발생했다. 1년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2008년 거래량의 59%까지 기록한 것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거래량 증대에 효과를 줬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대출금리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매매전환금액도 크게 줄었지만 수요자들, 특히 전세 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이끌어냈다고 평가하기에는 그 결과치가 다소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꼽고 있다.

전세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 외에 추가 매입자금이 소요된다. 2009년 이후 전세가격은 연 평균 8%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세입자들은 상승한 전세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저축성 자산 외에 대출을 이용해야만 했다. 기존의 자산인 전세 보증금에 이미 일정 부분 대출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 매매전환을 위해 기존 전세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것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매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상승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장이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이런 시점에 전세 세입자들이 매수환경이 개선됐다고 해서 금액에 부담을 느끼며 매매로 전환하기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용훈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전세가율의 상승이나 매매가격의 하락 등 표면상 드러난 수치만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실제 전세 세입자들의 체감 정도는 수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론적으로 전세 세입자들은 매매전환을 안하고(don’t)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담감 때문에 못하고(can’t)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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