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진 추억의 힘은 대단하다. 국민그룹 god가 데뷔 15년, 완전체로 무장해 12년 만에 다시 팬들 앞에 섰다. 콘서트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15년차 가수답지 않는 떨림과 설렘을 드러냈고, 1만 5000명 팬들 앞에서는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벅찬 감정을 팬들과 공유했다. 팬들과 god는 약 3시간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나의 10대, 20대를 함께 했던 팬과 가수의 만남이 오랜 시간 끝에 성사됐고, 그 기쁨과 행복에 젖어들고 있었다.
god의 공연은 스케일부터 남달랐다. 중후한 다섯 남자로 변신해 얼굴에 깊어진 주름만큼 공연의 깊이도 더해졌다. 팬들을 위해 중앙 무대 뒤편 5개의 전광판을 따로 설치해 멤버 각각의 동선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들의 표정, 제스처, 댄스, 말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쇼도 더해졌다. 둥근 원을 그리며 쏟아지는 물줄기에 팬들은 파란 우비를 입고 분위기를 즐겼다.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장 스케일보다 더 우세한 것은 추억 속에 묻어뒀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이다. 두터운 팬덤문화에서 비롯된 그들의 추억과 과거 시간을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공유할 수 있게 했고, 추억 속 감성을 되새기게 했다. 90년대 팬덤 문화의 상징 중의 하나였던 풍선, god를 상징하는 하늘색 풍선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풍선, 야광봉, 머리띠, 우비, 플래카드까지 온통 하늘색 아이템으로 뒤덮였다. 노래 사이사이 가수와 팬들이 던지는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은 윤계상의 랩이 끝나자 ‘천의 얼굴 윤계상’을 외치고, 손호영 파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천의 미소 손호영’을 외친다. ‘god짱’도 마찬가지다. 1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다. 90년대 ‘드림콘서트’나 TV에서 나온 팬문화가 15년이 지난 지금에 똑같이 재현되고 있었다. 50대 여성, 가족단위, 연인, 임산부, 어린꼬마 등 팬층은 다양하지만 god를 향한 외침은 하나였다. “고맙다.” 팬들도 눈시울이 불거졌고, god도 눈물을 흘렸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매개체가 god와 팬들을 다시 묶어 줬다.
사실 god의 완전체 컴백 소식에 일각에서는 추억팔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멤버 다섯명은 각자 다른 소속사에 소속돼 활동하며 마치 해체와 다름없는 수순을 밟았다. 손호영과 김태우 외에는 음악을 계속 하지 않았다. 윤계상과 데니안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내비쳤고, 박준형은 미국으로 떠나 소식조차 알기 힘들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않은가.
추억이 가진 힘은 강하다. 전국에 있는 god팬들이 하늘색 풍선을 다시 흔들 수 있게 만들었고, 내가 낳은 아이가 god를 외치게 만들었다. 추억은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꺼내 되새기고 다시 넣어두고, 이를 반복하다보면 추억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내 삶의 힘이 된다. 오늘의 god와 god팬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