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매달 열었던 금융협의회를 12년 만에 격월로 개최 주기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크고 작은 ‘이주열식 개혁’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전시성 행사는 지양한다는 이 총재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격월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다음달에는 예정대로 개최하고 그 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2년 5월 부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매달 은행장들을 초청해 열렸던 금융협의회가 12년 만에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총재가 주재하는 6개의 간담회 중 가장 중요한 금융협의회가 축소됨에 따라 다른 간담회도 축소 및 통폐합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협의회와 함께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경제동향간담회도 사실상 개최 주기가 매달에서 격월로 변경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예정된 경제동향간담회가 취소된 공식이유는 세월호 참사이지만 사실상 간담회 축소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투자은행 전문가와의 간담회, 업계 CEO와의 간담회, 비은행 금융기관 CEO 협의회, 비은행 금융협회장 협의회 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중수 전 총재가 임기중 간담회 3개를 추가하고 개최 횟수도 늘린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김 전 총재가 신설한 간담회에 이 총재가 얼마만큼 메스를 들이댈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총재의 이번 간담회 축소 결정은 합리적인 것을 중시하는 이 총재의 성향에서 비롯된 보인다. 아무리 오랜 전통이더라도 실리 없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면 과감히 개선 조치를 취하는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서 취임사에서도 현재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방식을 전면 재점검해 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다면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