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당신의 개인정보는 안녕하십니까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4-0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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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혼란스럽다. 지난 3년간 금융권에서만 무려 12차례나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번 사고가 유출 건수나 정보가 워낙 커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현직 대통령도,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도, 사고 금융회사 회장과 사장 개인정보도 모두 털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1억400만건이 유출됐다고 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카드 3사로부터 8000만건, 2000만명의 카드회원 정보가 빼져 나갔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2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것이다. 유출 규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출된 정보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는 민감한 정보라는 점이다.

이름, 주소, 직장정보, 주민번호, 여권번호, 계좌번호, 신용한도금액 등 무려 19개 항목에 달한다. 카드 비밀번호와 CVC(카드 유효성 검사 코드)만 빼고 모두 유출됐다고 하니, 카드고객 입장에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보가 범죄자들에게 흘러들어 가면 언제든 범죄에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또다시 정보가 유출되면 “물러날 생각 하라”라며 언성을 높이고, 파장이 커지자 정치권도 나서 금융당국을 질타한다. 사실 금융당국도, 정치권도 큰소리칠 처지가 아닌데 말이다.

유출 사고를 낸 카드 3사 사장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 대역죄인처럼 대국민 사과와 피해보상을 약속하지만 원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결국, KB금융과 롯데카드 경영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농협카드 사장도 정보유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밝혔다.

또 카드사 정보 유출 사고를 낸 KCB 경영진도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혀, 사고 발생 2주 만에 경영진에 사고 책임을 물으면서 유출사고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보 유출 사고 수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출 사고가 터지면 짜여진 각본처럼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하곤 하지만 이젠 ‘끝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먼저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도 여론 눈치 보느라 우왕좌왕하지 말고 원칙을 갖고 사태를 바라봐야 본질을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을 모면하자고 ‘정신적 피해 보상’ 운운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물론 피해 보상은 충분히 이뤄져야 하겠지만 애매모호한 수습책은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키우는 것이다.

또 철저한 원인 규명도 이뤄져야 한다. 이번 정보 유출 사고는 외주업체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사실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보면 외부 해킹보다 내부직원이나 외주업체 직원이 사고를 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이해가 안 된다.

외주업체 직원이 카드사 PC에 USB를 꼽고 버젓이 정보를 빼내 갔는데도 1년 넘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내부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11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곤욕을 치른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은 문서열람 및 출력 때 내부인증 의무화, 고객정보 암호화 및 접근 권한 최소화 등 철저한 보안 수칙을 지켜 이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것만 지켜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도 개인정보보호제도 전반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유통 및 활용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금융회사에 고객 정보는 ‘생명’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떠나고 금융회사는 퇴출된다.

말로만 재발 방지 운운하지 말고 다시는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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