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소나무와 참나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입력 2013-09-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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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산에 가보면 소나무 없는 산이 없다.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예전부터 소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잡목(雜木)을 베어냈기 때문이란다. 소나무를 왜 그리 중하게 여겼을까. 일단 생김새가 우아하다. 그 자태는 말 타고 갓을 쓴 선비를 연상케 한다. 사철 푸른 그 기상 또한 훈계할 때 비유로 삼기에 딱 맞다. 무엇보다 그 쓰임새가 많았다. 솔방울은 물론이고 마른 솔가지 삭정이와 떨어진 솔잎은 긁어다 땔감으로 썼다. 줄기는 패서 재목으로 썼고 밑둥치는 군불을 때는 장작으로 제격이었다. 송홧가루로는 떡을 만들어 먹었으며 송진을 껌 대신 씹었다. 속껍질은 말려 가루 내어 떡이나 밥을 해 먹었다. 물론 예전의 일이다. 요새 와선 혈액순환에 좋다 하며 솔잎으로 음료를 만들어 팔기에 이르렀다.

실은, 우리나라 산에 가장 많은 나무는 소나무가 아니라 참나무다. 그런데 소나무가 많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은 타감작용(他感作用)을 하는 소나무 특유의 물질 때문이다. 타감작용이란 어떤 식물의 뿌리와 잎줄기에서 다른 종에 해로운 억제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말한다. 소나무는 뿌리에서 갈로타닌(gallotannin)이라는 독한 물질을 내뿜는다. 이 때문에 소나무 아래에서는 잔디조차 자라지 못하는 것, 하여 소나무가 돋보이고 많아 보이는 것이다.

신갈나무나 상수리나무 같은 참나무도 생존 전략이 있다. 소나무는 양수(陽樹)이지만 활엽수인 참나무는 음수(陰樹)다. 양수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만 자라지만 음수는 볕을 적게 받아도 잘 자란다. 참나무는 소나무 주변에서 숨죽여 자라면서 키를 키운다. 소나무보다 높게 자랐다 싶으면 가지 벋기에 열중한다.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도 참나무에 더 적합하단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유별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협력업체란 이름으로 대기업과 수직적 협업관계에 있다. 원가와 이익, 설비와 기술 등 모든 부문에서 대기업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게 중소기업의 불만이다. 불만 있다고 지금까지의 생존방식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대기업이 소나무이고 중소기업은 참나무라 할까. 소나무와 참나무의 그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그 생존방식과 성장전략이 다르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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