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물전 고양이’, 우리은행 창구만 더럽혔나

입력 2024-08-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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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어제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올해 1월 16일까지 최근 4년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에게 616억 원(42건)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350억 원(28건)은 통상의 기준·절차도 지키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다. 269억 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이라고 한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다.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으며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문제 대출이 발생한 시기는 2020년 4월~2024년 1월이다. 손 전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4억5000만 원(5건)에 그친 친인척 관련 차주 대출은 지배력 행사 후 137배가량 불어났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측은 담보가용가 등을 따지면 실제 손실예상액은 최대 158억 원 규모라고 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일선 지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심각한 위법 혐의와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은행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에 돈을 내줬다. 대출 취급 심사,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처리하기도 했다. 이런 일 처리가 어찌 가능한가.

금융 신뢰의 토대를 허무는 우리은행의 ‘반칙’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지난 6월에도 경남 김해지점에서 불거진 횡령 사고로 충격을 줬다. 대리 직급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고객 17명 명의를 위조해 17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2022년 4월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약 70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은행 측은 그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했다. 지난해엔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했다. 하지만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은행 안팎에 ‘어물전 고양이’가 득시글거린다는 뜻이다. 어찌 된 영문인가.

금감원 감독 책임도 엄중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주 은행 공금 3089억 원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 간부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를 역으로 이용해 횡령을 저질러 금융기관과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켰다”고 했다. 규제당국도, 우리은행도 같은 질타를 면하기 어렵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매달 1건 이상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이 금융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이런 것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어물전 고양이’가 우리은행에서만 설치는 것인지도 잘 살펴볼 일이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강조했다고 한다. 백번 옳은 말이지만 말잔치에만 그치니 현실은 딴판이다. 고개를 깊이 숙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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