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경제에 대한 메시지가 미묘한 차이를 보여 주목된다.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경제수장은 공식 성장률 전망치는 올 하반기 3%대, 내년 4%대로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며 위기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달리 김 총재는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며 불안감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따금 나타나던 정부와 한은의 정책 엇박자는 지난 6월 있었던 두 경제수장의 ‘곰탕회동’ 이후 공조를 강화하면서 외부에 비슷한 경제 메시지를 전달했 왔다. 그러나 3분기의 끝물에 든 시점에서는 어조를 달리하는 모양새다.
현 부총리는 최근 경기에 대해 성장세보다는 소극적 의미의 ‘회복세’라는 표현을 주로 쓰며 경기 부양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지를 역설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주요 지표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지만 민간의 회복 모멘텀이 확고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세수 부진이 지속되고 세외수입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 총재는 ‘성장세’ 라는 표현을 사용,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피력하는 모습이다. 김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를 보면 수출과 소비가 개선되는 등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또 “2분기의 1.1% 성장은 비교적 강한 성장세”라고 평했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성장세가 애초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경로로 가고 있다”며 기존 전망치(올해 하반기 3.7%, 내년 4.0%)를 유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통화정책의 수장인 그에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여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막연한 위기감을 전달하기보다 경제 주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현 부총리가 위기 돌파를 강조하는 엄격한 아버지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김 총재는 시장을 다독이는 다정한 어머니로 나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