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내달 25일 금강산에서 열자고 북에 제의했다. 이산가족 실무회담에 앞서 금강산 실무회담을 열어 두 사안을 연계하려는 속내를 보인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확실히 한 셈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회담을 당초 우리 측이 제안한 대로 23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금강산 관광 문제는 중단된 지 5년이 경과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함으로써 발전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이에 따라 조급하게 회담을 개최하기 보다는 9월 25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정부는“이산가족 문제는 순수 인도적 문제로 금강산 관광 사업과 연계되어 있지 않으며 개성공단 합의를 계기로 남북 현안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신뢰를 쌓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강산 회담 날짜를 늦춘 이유를 설명했다. 모처럼 형성된 대화분위기에 휩쓸려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 재개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 물적 교류를 중단하는 내용의 5·24조치 해제와 관련이 깊고 북측과의 현금거래로 인해 금융규제를 강화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 등 국제적 공조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인도주의적 차원의 이산 가족 상봉, 호혜적 성격의 개성공단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이행해 나가는 한편, 고령 이산가족이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여 우선적으로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지난 2008년 북한군 초병에 의한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만큼 재발방지와 안전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우리 측의 제안을 북한이 수용할 지 여부다. 북측은 그간 지속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문제를 연계해왔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실무회담 제의에 우리 측이 호응할 것으로 촉구하며 양 문제가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달 10일에도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의를 제의한 바 있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에 바람직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해 양 회담 모두 무산된 바 있다.
현재까지 북측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북측의 판단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