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오는 23일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북측에 16일 제안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40분께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다. 앞서 지난달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과정에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대통령의 제의가 있었고 통일부는 최종적으로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제안서는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강수린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전달됐다. 이 같은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먼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고통부터 덜어드렸으면 한다”며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북측이 이에 화답할 경우 실무접촉에서는 이산가족의 상봉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될 수 있으면 상봉 인원을 과거 150여 명보다 더 많이 참가시키고, 금강산 면회소를 상봉 장소로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이번 제의에 응할 경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3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개성공단 실무회담 합의 이후 나온 박 대통령의 첫 대북 공식 제의여서 북측이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과 연계한 행태를 보인 만큼 이 문제를 공단 재가동 속도 등에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