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입법화 추진...'안락사' 조장 우려 고조

입력 2013-08-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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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명치료 중단'을 법제화하기로 하면서 존엄사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락사를 조장하고 환자의 생명권을 포기하는 생명경시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동안 '연명치료 중단'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법원 판례에 의존했다. 하지만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례가 나온 이후 존엄사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한 환자가 부인의 요구로 퇴원한 뒤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환자의 동생은 부인과 의료진을 살인죄로 고발했고 대법원은 환자 부인에게 살인죄를, 의사에게는 살인방조죄를 각각 선고했다.

반면 2008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던 김 할머니가 출혈에 의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3개월 후 자식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9년 5월 국내 최초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판결을 내렸고, 1개월 뒤 병원은 김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뗐다. 김 할머니는 그로부터 201일 후 사망했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를 논의하기 위해 2012년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이하 생명위)가 구성됐다.

생명위는 지난달 31일 2013년도 1차 회의를 열고 환자와 가족, 의사,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입법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성덕 생명위 위원장은 "가족 모두가 합의해도 이를 환자 의사로 추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는 만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위는 환자가 평소 소신이나 행동, 말로라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가족들에게 전달하거나 환자가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2명 이상의 가족이 이 사실을 진술하고 2명 이상의 의사가 이를 확인하면 '환자의 의사'로 간주하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평소에 연명 의료 관련 입장을 전혀 밝힌 적이 없는 경우에는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 적법한 대리인의 결정과 의사 2인의 확인, 대리인이 없으면 병원윤리위원회 결정 3가지를 제시했다. 가족이나 친지가 나타나지 않는 무연고자에 대해서는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가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연명치료 중단 입법화를 놓고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식 불명의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과 병원 합의로 인공호흡기를 떼는 건 생명 경시 행위라는 시각과 회생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는 것.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연명치료 중단이야말로 일종의 인권 침해로 윤리적인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사람의 생사를 두고 할 수 없는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도 찬반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병원 입장하고 환자 입장하고 갈리는 건 당연하지. 이유는 한 가지. 돈 때문(drea****)", "악용될 수 있으나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뇌사판정받으면 그때부터는 정부에서 50% 부담하고 서류 넣어서 재판판결에 따라 연명조치 중단하는것이 어떨까.(kayg****)", "가망 없으면 더 살아서 뭐하나.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방법. 연명치료는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고통이다(1026****)"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강석훈 목사는 "정부가 연명치료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관련 결정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에 한정돼야 하며,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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