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임원들도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임원들의 임금삭감은 물론 조직개편을 겨냥한 일괄 사표 방식을 채택 하면서 구조조정 1순위로 떠올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최근 총 37명의 임원들의 일괄사표를 받고, 24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임원보직을 기존 37에서 35개로 줄였다. 외형상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3명의 임원이 겸직하면서 실질적으로 5명의 임원이 짐을 싸게 됐다.
인수합병에 거론되거나 인수합병 매각 주체를 공론화 한 증권사들의 조직 슬림화 작업도 눈에 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2일 김원규 사장 공식 취임 사흘 만에 전체 임원의 30%를 감축하는 조직 슬림화 개편을 단행했다.
정회동 사장을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한 KB투자증권 역시 새 대표 취임직후 임원들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번 주부터 KB투자증권에도 출근하며 업무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정 사장의 경우 공교롭게도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오래 재직해 지주사측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적임자로 생각한 것 같다”며“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어 조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난 주진형 신임 대표를 CEO로 맞은 한화투자증권도 조직 및 임원들의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 주 대표 내정자는 우리투자증권 재직 당시 점포 개혁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업계 대표적인 전략 기획통이다. 최근에도 컨설팅회사 대표를 맡으면서 신한지주, 대우증권, 한화투자증권의 컨설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통분담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임원들의 임금 삭감도 줄을 잇고 있다.
SK증권은 회사 창립이후 최초로 임원들의 임금을 5% 삭감하는 이사회를 결의했다. NH농협증권도 내달 1일부터 부장급 이상 임원들의 임금 10%를 삭감, 경영환경이 개선되면 다시 복구하는‘임금지급유예’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신증권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임원들 연봉 30%를 삭감하고 지점 직원의 경우 3~12월 영업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10% 내외로 줄였다.
A증권사의 한 임원은 “업황이 악화되면서 증권사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임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