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잡아내지 못한 법을 새롭게 규정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경제 법안도 언젠가는 필요에 따라 개정안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경우에 따라 악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따라야 하는 게 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기차게 추진되는 정부의 경제정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갖가지 규제법안은 대기업 혼자만 잘살기보다는 협력사와 그 직원까지 함께 잘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경제정책은 수많은 입법부와 행정부 관료의 ‘제멋대로 해석’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되고 마치 경쟁하듯 과잉 입법 처리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 이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 기업을 압박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의 주요 현안은 9월에 몰려 있다. 신규순환출자금지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안 등 공정거래법 개정도 어떤 형국으로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계법도 이슈, 여기에 대리점업법·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동반성장 이슈도 남아있다. 정책과 입법의 신중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민주화·동반성장 관련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곳저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큰 것도 이런 이유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정책이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며 속도 조절을 당부하겠는가.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총수 일가의 지분사에 몰아주기를 막는 법안은 공정거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일부다. 국세청은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로 생긴 이익을 증여세로 간주했다. 여기에 대한 과세도 결정했다. 근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이었다.
결국 증여세 신고 대상자는 약 1만명이나 됐다. 반면 이 가운데 30대 그룹 총수 일가는 70여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새 정부가 끔찍하게도 아끼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물론 개별 세액은 이 70여명의 규모가 더 많다. 그러나 이들 70여명은 증여세를 낸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할 인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국세청의 과세로 인한 충격은 나머지 9900여명의 중소 중견기업이 더 크다.
경제법안을 개정해 기업과 사회와의 갈등을 부추기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을’을 보호하려다 산업 자체가 붕괴하면 갑과 을 모두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잘못은 반드시 꼬집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1%의 잘못을 짚어내기 위해 99%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