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정책 결정 사항 vs 아직 시기상조

입력 2013-06-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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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지하경제 확대 우려는 기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독일 국민들은 대체로 신용카드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유인즉 ‘외상’이라는 것이다. 빚을 내서 미리 당겨썼는데 예상했던 만큼 소득이 생기지 않아 갚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히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은 금융시장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과거 신용카드 대란을 한번 겪었고 현재도 신용카드 사용량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독일 사회처럼 신용카드를 덜 쓰도록 장려하는 것이 건전한 소비에도 도움이 되고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신용카드 사용량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일각에선 정부 방침이 현실화되면 신용카드 사용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지하경제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맞지 않다.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현금영수증 제도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발급하는 현금영수증카드를 제시하면 단돈 500원짜리 껌을 구입해도 국가전산망에 기록이 남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당초 정부에서 세원 확보와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며 인센티브로 부여한 것이다. 당연히 시행해야 하는 제도라기보단 정책적 목적에 따른 결정이었다.

다만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휴대폰처럼 일상적으로 쓰게 됐고, 원래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된 만큼 인센티브를 줄여도 된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조금 더 걷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또는 폐지를 선택하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그 자체를 옳다 그르다 할 성격은 아니다.

◇반대, 근로소득자 세제보완 기능 있어-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장기적으로는 폐지에 찬성하지만 현 시점에서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당초 목적인 세원투명성 제고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시각에 동의한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또 하나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근로소득자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돼 있는 현행 세제를 보완하는 기능은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폐지는 반대 입장이다.

사업자들의 경우 필요경비가 인정되는데 월급쟁이들에게는 이러한 비용공제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일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금을 매길 때 ‘번 돈 전체’에 세금을 매길 것인가 ‘번 돈 가운데서 쓰고 남은 부분’에 대해 세금 매길 것인지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봉급생활자의 경우 사실상 ‘번 돈’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벌어서 쓰고 남은 부분에 대한 과세의 역할을 하고 있어 아직 상당한 효용가치가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박근혜정부의 정책방향인 ‘지하경제양성화’ 측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세원확보를 위해서는 여러 비과세 감면등을 축소하는 것 못지 않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 시점에 음성화되기 쉬운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제도 변화는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줄어들면 지금 현재 자영사업자의 거래 파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정부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장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도 우려가 생긴다. 세제를 통해 국민의 행동을 어느 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중에 다시 체크카드에 세제혜택에 대한 폐지 논의가 나오면 지금과 같은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어 또 다른 문제를 남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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